제주도가 제주시 오라동 일대 제주종합경기장(22만1618㎡)의 주요 시설을 허물고 최대 8500억원 규모의 종합스포츠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60~80년대 지어진 노후한 종합경기장을 스포츠·문화·관광·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혼합된 융복합 스포츠타운으로 만들어 전문·생활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제주지역에 부족한 문화·오락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구제주와 신제주를 연결하는 제주터미널 주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이 마무리된 현재 시점까지 민자 유치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수익성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사업타당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화려한 구상
지난 11월 2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용역진은 제주종합스포츠타운 개발 형태로 3개 안을 제시했다.
1안과 2안은 현 부지에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지상 4층, 지하 2층, 건축면적 2만6231㎡)를 건립하고, 경기장과 수영장 등 기존 체육시설을 리뉴얼하는 방식이다. 총사업비는 1안 8447억원, 2안 5655억원을 예상했다. 재원은 상업시설 임대를 통한 민자 유치로 조달할 것을 제안했다.
3안은 현재 쓰고 있는 종합경기장과 한라체육관 2개 시설만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예상 사업비는 1976억원으로 가장 적다. 민자 유치 없이 지방비를 투입해 최소한의 스포츠 기능이 살아있는 곳으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중 용역진이 최적안으로 제시한 1안은 핵심 시설인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에 스포츠 시설과 상업 공간을 혼합 조성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66㎡ 규모의 점포 263개가 들어서는 면세점(1만7414㎡)을 비롯해 축구경기장(1만5000석), 실내체육관(3500석), 컨벤션(2000석 규모), 호텔(144호실), 수영장(10개 레인), 헬스장, 푸드코트, 스포츠매장, 주차장이 들어서게 된다. 그외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 인근의 기존 야구장과 경기장, 체육회관 등이 일부 리뉴얼된다.
용역진은 1안의 총사업비를 8447억원으로 추산했다. 전체 또는 대부분을 민간자본으로 조달하고 사업자에 30~50년 간 시설 운영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비와 민자를 함께 투입할 경우 경제성은 0.75였으나, 민자만 투입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유일하게 1(1.19)을 넘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용역진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시설 철거·실시설계 용역 발주를 마친 뒤 2030년까지 1안의 핵심인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를 건립하고, 2037년에 종합스포츠타운을 완공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재원 확보 실현 가능성 낮아
용역진이 제시한 주요 수익 창출 방안은 상업시설 임대 수익이다. 종합스포츠타운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에 현재 제주지역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과 렌터카 업체를 옮겨와 통합 운영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항 이용객이 주 고객인 면세점이나 렌터카 업체가 공항에서 떨어진 스포츠타운으로 업장을 옮긴다는 계획 자체에 현실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관련 업계와 추진 가능성에 대한 사전 타진없이 주요 수익 창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관계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면세점 이전을 통한 임대료 수익 방안은 최종 보고서에 가장 중요한 사업비 조달 모델로 제시됐다. 용역 책임자인 조선대 관계자는 최종보고회에서 실현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지역 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상을 선택하다보니 면세점을 넣게 되었다”며 “실제 이전 등의 과제는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하 2층 주차장(1533대 규모)에 렌터카 업체를 유치해 임대료 수익을 낸다는 계획은 최종 보고에선 빠졌다. 지난 중간보고회에서 렌터카 업체 유치안 역시 일방적인 계획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쏟아진 바 있다.
이와 함께 용역진은 1안의 주요 시설인 1만5000석 규모의 축구장에 축구 경기나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를 유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정착 축구장 바닥 소재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제주도에 최종 용역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바닥이 천연잔디여야 하는데,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문화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인조잔디가 필요하다. 잔디 교체 비용이 회당 최소 4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용역진의 설명과 달리 실제 축구장의 수익 활용 폭이 넓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제주공항과 종합스포츠타운을 연결하는 전용 이동수단 구축 타당성 검토 용역을 별도로 시행하겠다며 내년 본예산에 용역비 5000만원을 편성했다가 도의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 조치됐다.
제주도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스포츠타운 규모 등 조성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민자 유치 실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종합경기장은 1968년, 한라체육관 수영장 야구장은 1983년, 애향운동장은 1984년 건립됐다. 앞서 2010년과 2020년에도 기존 시설을 허물고 새로운 스포츠 타운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로 불발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