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 디플러스 기아가 국내 최초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모바일) e스포츠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PUBG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PMGC)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한 이들은 16개 팀 중 1위를 차지, 우승 상금 4만 달러(약 5억7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모바일게임 e스포츠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세계 챔피언이 나온 건 예상 밖의 성과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연습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4인의 우승 멤버, ‘오살’ 고한빈, ‘칩스’ 정유찬, ‘파비안’ 박상철, ‘놀부’ 송수안은 우승 당시 순간을 회상하며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고한빈은 “영국에 있을 때보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 우리가 우승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최강의 PUBG 모바일 팀으로 꼽히는 디플러스 기아지만 이들의 PMGC 제패를 내다본 이는 많지 않았다. 선수단이 생각하는 우승의 비결 중 하나는 사무국의 물심양면 지원이다. 이들은 “팀의 정성스러운 지원 덕분에 의식주 걱정 없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찬은 팀원 간 신뢰와 배려를 우승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큰 대회일수록 팀원과 마찰이 생기기 쉽다. 경기 중에 팀원끼리 배려해야만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철과 송수안은 마인드 컨트롤을 우승의 비결로 꼽았다. 둘은 “한두 번 못했다고 해서 집중력을 잃어선 안 된다. 실수는 빨리 잊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한빈은 “자신과 소속팀의 능력에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팀의 선수들도 실력이 있기에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와 팀을 믿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도 누군가에겐 스승이다. 고한빈은 “PUBG 모바일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게임은 특성상 실패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실패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내 삶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PUBG 모바일을 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박상철은 “PUBG 모바일은 나의 인생을 바꿔준 게임”이라고 했다. 그는 “이 게임을 접하기 전까지는 삶에 거창한 목표가 없었다. 그저 물 흐르듯이 살고 있었다”면서 “PUBG 모바일을 접한 뒤로 많은 게 바뀌었다. 얻기 어려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이번 우승으로 수억원의 상금을 얻었다. 박상철은 “상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적금을 들면 어떨까 싶다”며 웃었다. 1년간 우승만 바라보며 쉬지 않고 달려온 선수단이기에 당장은 상금보다 휴가에 더 관심이 많다. 박상철은 “자주 못 만났던 지인들과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다. 못 봤던 영화들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상철은 “올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내년에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자신한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기대하시는 것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한빈은 “내년에는 좋은 성적 이상으로 팬분들께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