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까지 스며든 성혁명… 급진적 성교육 폐해 심각”

입력 2024-12-18 03:10
정자경 대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마지막 경고: 대한민국 성교육의 진실'이 지난달 24일 부산 세계로교회에서 상영되고 있다. 정 대표 제공

정자경(51) 정씨네미디어 대표는 공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성교육의 진실을 파헤치고 건강한 성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프로듀서다.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마지막 경고: 대한민국 성교육의 진실’은 우리나라 성교육 실태와 그로 인한 문제를 오롯이 담아냈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넘어 한국의 성교육 패러다임을 바로잡고 기독교 생명윤리와 가치를 수호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정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한민국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이 과거와는 달리 성혁명적 이념을 따르고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을 강조하며 반성경적이고 급진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피해 사례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확산하는 폐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

“해외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취재해보니 한국이 더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미국의 경우 ‘도망갈 구멍’이 많다. 홈스쿨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부모가 의지만 있다면 아이들을 문제가 있는 공교육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대안학교에 보내기도 쉽지 않다. 기독교 기관이나 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싸다고 해도 학비가 매달 1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선택받은 소수의 아이만 다닐 수 있다. 급진적인 성교육이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침투했다. 5~6세 아이들이 성과 관련된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지경까지 왔다.”

정 대표가 성교육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모습. 정 대표 제공

-한국이 왜 성혁명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서구권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

“성교육이나 성혁명 운동과 관련해 한국교회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진지전’이다. 진지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전략이다.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곡차곡 쌓인 교육의 폐해가 미래에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쉽게 무너뜨리기 어렵고 교묘한 세뇌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미국과 비교해봐도 한국이 훨씬 빠르고 급진적이다. 잘못된 성 가치관으로부터 한국사회가 오염되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왜 성혁명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무관심 때문이다. 교회조차 깊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음세대가 어떤 위협에 직면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안타깝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교회와 가정,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서로 달라 더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강사를 한두 번 부르고 끝내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예방 주사처럼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는 교사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인식 덕분에 학교 교육을 무조건 신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신뢰가 곤두박질쳤다. 한국교회도 우선순위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적 공격을 받는 대상이 대한민국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인 것도 영적 공격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매 순간 사탄의 보이지 않는 공격에 노출돼있다. 어른들이 힘을 모아 막아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예방주사를 어릴 때부터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혁명 싸움에 교회가 밀린 또 다른 이유는 미디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데 있다. 문화와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 요즘에는 동성애 커플이나 고등학생 부부, 비혼 조장 등 성경적 가치관에 반하는 요소가 담긴 콘텐츠가 넘쳐난다. 아이들은 분별력이 없으므로 이런 가치관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사이 교회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교회는 미디어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건전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제작자를 후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 사탄은 거짓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능하지만, 교회는 진실이라는 무기가 있음에도 포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문화에 젖어 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눈만 뜨면 접하는 모든 게 문화 콘텐츠다. 특히 다음세대에게는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영상이 주는 파급력이 크다.”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 달라.

“가치 상실의 시대에 진실을 알리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 다음세대와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동참하고 싶다.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 포위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역으로 (미디어를) 점령해 나가야 한다. 한국교회가 문화와 미디어를 바라보는 보수적인 시각의 벽을 뛰어넘어 전략적으로 힘을 합쳐나가길 바란다. 미디어가 가치를 상실하는 시대를 초래했다면 이를 회복할 방법도 미디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