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큰 사랑의 새 계명을’ 468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갈라디아서 5장 22~23절
말씀 : 불화와 갈등으로 고통받는 세상에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평화가 임하고 그 결과 하나님의 영광이 회복된다는 것이 누가복음에 기록된 성탄 기사의 메시지입니다. 성자께서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내어주심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깨진 관계를 회복하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원수 된 담장을 헐어 화해를 이루십니다.(엡 2:11~22)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이 맺으시는 열매는 사역적인 성과나 종교적 신비 체험이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샬롬입니다. 따라서 본문에 기록된 성령의 열매는 개인 영성을 뛰어넘어 회복된 관계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 핵심적 자질이 맨 먼저 언급된 ‘사랑’입니다. 사랑은 공동체를 회복시켜 하나로 묶어주는 띠입니다.(골 3:14) 성령께서 우리 안에 임재하시며 맺어주시는 열매는 당연히 사랑입니다. 그래서 본문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들(복수)이 아니라 하나의 ‘열매’(단수)를 언급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여덟은 사랑의 특성 또는 파생적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에베소 성도들에게 사도 바울은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 5:18), 즉 온전히 성령의 다스림을 받고 순종하라고 권합니다. 성령 충만의 의미와 구체적 열매는 무엇일까요. 이어지는 말씀에서 바울은 그 결과(열매)를 회복된 관계로 설명합니다. 결혼식 주례사에 자주 등장하는 건강한 부부의 관계(엡 5:22~33), 샬롬이 구현된 자녀와 부모의 관계(엡 6:1~4), 맘몬이 아닌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엡 6:5~9)가 그것입니다.
성령의 충만을 받는다는 게 신비한 체험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현상이 부수적으로 일어날 수는 있지만 성령의 충만은 그분과 사랑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일상의 인격적 열매임을 보여줍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한 우리의 성품과 대인관계가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성령의 열매를 설명한 후에 “이 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23절)고 언급한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법이 사랑을 금하겠는가 반문하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사랑의 열매야말로 세상의 모든 법이 추구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수사적 표현일 것입니다.
선교사 신분으로 타국에서 사역하던 중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독교를 거부하는 나라뿐 아니라 호의적인 나라도 종교활동을 원하는 사람에게 선뜻 비자를 내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금지할 나라나 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사랑을 구현하는 일은 자유입니다. 그 사랑의 자유를 모든 관계에서 누리고 샬롬을 확산하는 성탄 절기와 일상이 되기 바랍니다.
기도 : 사랑과 샬롬의 성령님, 우리 삶을 다스리시어 깨진 관계가 회복되게 하소서.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하나님 나라의 평화가 온전히 드러나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정민영 은퇴 선교사(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