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韓 “탄핵 후회 않는다”… 與 극심한 혼란 터널 또 진입

입력 2024-12-16 18:58
사진=이병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사진) 체제’가 146일 만에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후폭풍이 이내 한 대표를 덮친 것이다. 당내 ‘탄핵 반대파’는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오롯이 한 대표에게 물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사퇴 발표 순간에도 “탄핵안 찬성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겪었던 극심한 혼란과 분열의 터널로 또다시 진입했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는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한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당내 거센 반발을 부른 탄핵안 표결 찬성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한 윤 대통령의 인식을 보수 진영이 경계해야 할 ‘극단주의적 사고’로 규정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의 퇴장과 지도부 해체로 국민의힘은 여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탄핵 정국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상수 대변인은 “한 대표와 친한계를 처단한 국민의힘은 ‘순도 100%’ 계엄 옹호 정당이 됐고, 다음에 집권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질타했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지금은 검을 팔아 소를 살 때”라며 “국민에게 분열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드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