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계류 중인 다른 사건들 심리는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사실상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만큼 탄핵심판 심리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향후 변론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함께 내란 혐의 사실관계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에는 윤 대통령 사건 외에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8건의 탄핵심판 사건이 계류돼 있다. 헌재는 12월 중으로 이미 잡혀 있던 최재해 감사원장 등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해당 사건은 예정됐던 기일만 진행한 후 사실상 심리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재는 1주일에 2~3회 집중 심리를 진행했고, 다른 사건들은 대부분 연기됐다.
법조계에선 전례를 감안할 때 2~3개월 내에는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헌법재판관 인사특별청문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마은혁 후보자는 “탄핵심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선고해야 사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천 조한창 후보자는 “헌재 결정이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탄핵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헌법·계엄법·형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장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한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내란죄 부분 사실관계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내란죄가 인정될 수 있느냐는 부분이 탄핵심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대한 불법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은 하나의 행위로 묶여 있다”면서 “헌법기관인 국회를 점거·봉쇄할 수는 없고 국회를 봉쇄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내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분명히 내란죄가 적시됐기 때문에 헌재가 내란 혐의에 대한 소추 사유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 성립 여부는 형사 재판이지만 그런 범죄를 저질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헌재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라고 주장을 하니 탄핵심판에서 다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헌법 12개 항목 위반 사항을 포함해 뇌물, 강요 등 형법 위반 사항을 모두 검토했다. 다만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뇌물 혐의 관련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판단했으나 직접적으로 ‘뇌물죄 등 형법 위반’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헌재는 내란죄 성립 여부 등을 어느 수준까지 검토할지도 향후 준비기일 절차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