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놓고 막판 고심

입력 2024-12-16 19:06 수정 2024-12-17 01:19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야당이 단독 처리한 ‘농업4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이들 법안에 대해 한 권한대행 본인을 포함한 정부·여당은 그간 명백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그의 탄핵소추안 처리 문제를 연계해 압박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업4법, 국회법 및 국회 증언·감정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해당 안건은 17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는다”며 “여야 의견을 더 들어본 뒤 (재의 요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임시 국무회의를 다시 소집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의할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양곡관리법 등 법안 내용을 봤을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로 일단 법안을 돌려보낸 뒤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한 물밑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들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쓰고 대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수용하는 방식으로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한 권한대행은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 낀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게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한 권한대행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 원칙이 정한 범위 내에서 당당히 권한을 행사하길 바란다. 민주당의 협박에 굴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권한대행이 집권여당의 요구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직무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실로부터 경제 분야 업무 보고를 받았다. 박춘섭 경제수석과 신중범 경제금융비서관이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보고했다. 이 자리에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배석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번 주 중 사회·과학기술·저출산대응수석 등 다른 수석실로부터도 업무 보고를 청취할 예정이다.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확대 간부회의’를 개최해 부서별로 주요 현안 보고를 받고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어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기 시작한 이후의 첫 민간 행사 참석이다.

이택현 박민지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