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의 압수수색이 불발된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수사기관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성역’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형사소송법 개정 등 제도 보완을 통해 적법한 강제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1일 7년 만에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대통령실은 극히 일부 자료만 특수단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를 검토 중이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16일 윤석열 대통령 출석요구서 전달을 위해 대통령실과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재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세 차례, 문재인정부 때는 네 차례 대통령실(청와대) 대상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지만 수사관들이 경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압수수색 거부 이후 “법과 이전 정부에서의 관례에 입각해 대응하고 있다”고만 했다.
압수수색 거부는 형소법 110조와 111조에 근거한다. 형소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압수수색의 제한 사유로, 111조는 공무상 비밀을 압수의 제한 사유로 규정한다. 다만 ‘국가 중대 이익’에 관한 경우에만 수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들어맞지 않는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조항은 입헌군주국가의 사상적 배경을 지닌 조문”이라며 “대통령 개인의 이익은 형소법이 보호하는 국가 중대 이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을 통해 대통령실의 압수수색 거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률에 명시된 압수수색 거부의 주체와 요건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압수수색에 대한 승낙 거부의 주체를 소속 기관의 최고 책임자로 명시하는 형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사법부가 압수수색 거부의 적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비공개 심리 절차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 절차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강제 수사에) 전향적이라면 향후 압수수색 등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강제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과 경호 인원 간 충돌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법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체포에 동반하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이 경우 대통령경호처도 압수수색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