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국방부)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같은 날 검찰도 윤 대통령에게 21일까지 2차 소환을 통보했다. 수사기관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대통령 소환 통보마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혼선이 커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쇼핑’ 우려도 제기돼 수사기관 간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9시쯤 윤 대통령 출석요구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공조본 관계자들은 오전 10시3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석요구서를 들고 도착했다. 출석요구서 전달과 대통령실의 거부 과정이 이례적으로 실시간 공개됐다. 공조본은 한남동 관저에서도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출석요구서엔 윤 대통령에 대해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실로 출석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출석요구서 전달이 비서실 업무인지 판단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본은 출석요구서를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에 특급등기로도 보낸 만큼 출석 통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대통령 측에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우편과 공문 통지가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에 포위된 윤 대통령이 어디서 조사받게 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이 유불리를 따져본 뒤 기관을 골라 출석하는 일이 현실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선 ‘친정’인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과 공조본의 ‘개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사건 관계자가 체포됐다 풀려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중앙선관위 서버실에 정보사 요원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군사법원법상 현직 군인 체포 등 강제수사는 군사법원 영장에 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사법경찰이나 군검사가 아닌 민간 경찰에는 체포 권한이 없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중복 수사 문제를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중복 소환 통보는 피의자 방어권 차원에서 조사 거부 명분이 될 수 있다”며 “경쟁할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소환 통보가 중복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각각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기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군 지휘부 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계엄 당시 주요 군 지휘관도 줄줄이 구속됐다. 군사법원은 이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해 검찰 특수본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지호 김용현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