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못 갚아… 경매 나온 부동산, 11년 만에 최대

입력 2024-12-17 02:03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 물건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를 견디지 못하자 대거 경매 시장으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이다. 11월 누적 건수만으로도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다. 임의경매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뜻한다. 강제경매와 달리 재판 없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금리 인상기와 경기 침체가 겹친 지난 2년간 임의경매는 급증했다. 2021년과 2022년만 해도 연간 임의경매 건수는 각각 6만6248건, 6만5586건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10만5614건으로 1년 사이 61%가 늘었다. 증가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신청건수가 14만건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경매 건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11월까지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누적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149건) 대비 48% 증가했다. 저금리에 부동산 상승기였던 수년 전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영끌족’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매 시장에 매물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영끌족을 비롯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경제가 어려워지자 높아진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빌라 임대에선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앞질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에 신고된 연립·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 12만7111건 중 월세는 6만8116건(53.6%)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41.6%)보다 더 높다.

2020년 29.5%였던 서울 빌라의 월세 비중은 이듬해 33.0%까지 치솟았다.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가가 폭등한 영향이다. 이후 전세 사기와 금리 인상 여파로 상승세는 한층 가팔라졌다. 서울 빌라의 월세 비중은 2022년 39.5%를 거쳐 지난해 48.1%에 이르렀다. 경기 역시 ‘전월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까지 경기에서 신고된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 6만3520건 중 월세 거래는 3만2760건으로 51.6%를 차지했다. 2020년(30.6%) 대비 2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빌라 월세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지난 10월 102.0으로 2021년 6월 기준일(100)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월세가격 지수도 101.9로 2022년 11월(102.0) 이후 최고였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