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수순에 들어갔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2020년 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뒤로는 여섯 번째 비대위가 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사정에 밝은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최다선인 나경원(5선·서울 동작을) 의원과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권영세(5선·서울 용산) 의원이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비대위 전환 절차는 한 대표 사퇴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끌게 된다. 비대위원장 후보가 정해지면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권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식이다.
새로 출범할 비대위 앞에는 숱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당장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촉발된 내부 분열을 봉합하는 동시에 집권여당으로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생경제나 대외 관계의 불확실성 해소 등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다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여권이 위기일 때 당 안팎에서 ‘중진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지금이야말로 중진의 역량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간 엇박자 우려 등을 이유로 권 원내대표 ‘원톱’ 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여당 지지층이 크게 동요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당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당 조직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03명 수준이던 탈당자 수는 계엄 선포 이후인 4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평균 645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특히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계엄 선포 당일 대비 1만4199명이나 감소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