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겨울 성수기 매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보다는 고환율, 증시 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16일 모두투어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인의 해외 관광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상승했다.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오히려 신규 유입이 증가한 것이다. 기존 예약이 취소되는 등 유의미한 변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에도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증가한 바 있다.
실제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16년 12월 출국자 수는 200만명에 달했고, 한 달 뒤에는 234만명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정치적 상황이 해외여행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요소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논의되던 2016년 10월 방한 외국인 수는 159만명이었는데, 그가 탄핵당한 2017년 3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이를 두고서는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마찰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은 문제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점은 외국인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때 144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아직 주요 여행업체에서 단체 여행객들의 방한 일정이 실제 취소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인 우모(31)씨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해서 한국을 방문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외국인들은 자세한 상황까지 알지는 못한다”며 “한국은 안전한 국가이고, 여전히 매력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문제 자체보다는 고환율 등 경제적 상황이 실적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심리는 당시의 경제지표와 개인의 자산 증감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며 “안전·안보상의 위험이 있지 않은 이상 탄핵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