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세척수가 섞여 들어간 멸균우유 제품을 공급한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약 50개로 파악됐지만 1만5000개 이상 물량이 회수됐다. 두 차례 사과문을 내며 수습에 들어갔으나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이미지로 입지가 탄탄했던 매일유업이지만 식품 안전 이슈가 불거지며 악재를 맞았다.
매일유업은 16일 김선희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해 원인을 조사한 결과, (광주공장에서) 생산 작업 중 밸브 작동 오류로 세척액이 약 1초간 혼입된 것을 확인했다”며 “유제품 설비 기업인 테트라팩과 재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기한 ‘2025년 2월 16일 03시38분’으로 표기된 제품을 제외한 모든 매일유업 제품이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품질사고가 발생한 점 사과드린다”며 “국내외 최고 수준의 설비 전문기업과 지속적으로 품질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문제가 된 ‘매일우유 오리지널 200㎖ 멸균 미드팩’은 약 50개로 지난 12일 현대자동차 남양주연구소 급식으로 제공됐다. 이 제품을 마신 이들은 복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았다. 매일유업은 문제 발생 즉시 해당 제품을 수거하고 원인을 조사했고, 생산 공정을 다시 점검했다. 이튿날인 13일에는 매일유업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매일유업의 적극 대응에도 소비자 불안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14개월 자녀를 키우는 전모(35)씨는 “특정 공장에서 생산된 극소량의 제품에만 들어갔다지만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드는 건 사실”이라며 “아이에게 우유를 줄 때마다 먼저 먹어보고 색깔 등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척수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 사과문에 정확한 설명이 없어 논란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편의점 CU, 이마트24 등은 지난 14일 해당 제품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 주가도 하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85%(300원) 하락한 3만4950원에 마감했다. 매일유업은 페닐케톤뇨증(PKU)과 같은 희소질환인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해 희귀 특수 분유를 26년째 만드는 등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다.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9년 연속 소비자 중심경영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