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만3000명 퇴직연금 헐어 집 샀다… 집계 이래 최다

입력 2024-12-17 04:01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이 1년 전보다 28.1% 늘며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10명 중 8명(80.2%)이 집을 사거나 임차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깼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6만3783명으로 전년(4만9811명) 대비 28.1% 증가했다. 중도 인출 금액도 40.0% 늘어난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7만3000명·2조8000억원) 이후 내림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중도인출 사유는 인원 기준으로 ‘주택 구입’(52.7%)이 가장 많았다. 이어 주거 임차(27.5%), 회생 절차(13.6%) 등의 순이었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부담이 늘면서 퇴직연금으로 주택 자금을 충당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택 구입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깬 인원은 3만3612명, 금액은 1조5217억원이었다. 모두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20대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고, 20대 이하에선 ‘주거 임차’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1년 전보다 13.9% 증가한 381조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액 비중은 확정급여형(DB)이 53.7%로 가장 많았고 확정기여형(DC)은 25.9%, IRP은 20.0%였다. DB형 비중은 전년 대비 3.6% 포인트 감소한 반면, DC형과 IRP는 각각 1.0%·2.6% 포인트씩 늘었다. 특히 IRP 비중 증가 폭은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였다.

지난해 IRP 가입 인원은 32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고, 적립 금액도 76조원으로 30.9%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IRP 세액공제 혜택이 최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면서 IRP 성장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별로는 원리금보장형(80.4%)이 가장 많았다. 다만 비중은 전년보다 5.1% 포인트 감소했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12.8%로 1년 전보다 1.6% 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51.6%)과 증권(22.7%), 생명보험(20.7%) 등의 순이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