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며 파행을 빚었다. 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규정하자 여당은 부적절하다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정부 대응에 대한 16일 외통위 현안질의에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내란 수괴로 밝혀진 윤석열”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아직 수사 단계에 있다. 내란 수괴로 밝혀진 적이 없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질문에 무죄 추정 원칙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이 대표 발언을 부정하느냐”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일부 의원에게 퇴장을 명령하기도 했다.
야당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의 전화을 받지 않는 등 접촉을 회피한 점을 비판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은 동맹(미국) 모르게 병력을 빼내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를 들이댔다”며 “미국은 계엄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하려 연락했을 텐데 장관은 이를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미국이 강력히 계엄에 반대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윤 대통령도 그걸 모르고 (계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골드버그 대사가 ‘윤석열정부 사람들과 상종을 못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설전도 벌였다. 조 장관은 미 대사관이 김 의원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는 입장을 낸 점을 들어 “‘상종 못한다’의 영어 표현이 무엇이었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의원은 “한국말로 (답을) 받았다. 연락도 안 되는 상황에서 본국에 좋은 보고를 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똑같은 이야기라도 대외에 공개할 때는 신중하셨어야 한다”고 맞섰다.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5일 일부 외신에 대통령실이 작성한 ‘계엄 정당’ 취지의 설명 자료를 전달한 일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자료에는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 등의 표현이 담겼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내란죄에 동조하는 선전죄”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업무를 포함하는 특별 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임명한 데 대해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가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특사 임명 후 정책 구상을 다듬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전에 우리도 로드맵을 다듬어 미국 신행정부와 협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