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경제팀’ 우려 앞에 선 ‘경제 원톱’ 최상목… 내수 침체·추경 등 난제 산적

입력 2024-12-17 04:00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하루 3차례 이상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최 부총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경제협력·금융안정 포럼’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이어 국정 2인자가 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평소와 다름없다”는 대외 메시지를 하루도 빠짐없이 내놓고 있다. 매일 3차례 이상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하락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 부총리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기재부 1차관으로 국정 혼란 사태를 겪었다. 8년 만에 또다시 경제 사령탑으로서 ‘탄핵 쇼크’를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책 노력과 별개로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시한부 경제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 경제팀은 내수 불황 회복과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 엄포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공세에 대응하며 반도체특별법 등 각종 산업 지원 법안의 입법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상태다.

최 부총리는 16일에도 외부에 공개한 회의·간담회 일정만 총 4건을 소화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증시 밸류업 등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경제협력·금융안정 포럼’에 참석해 “최근 한국 정치 상황은 ‘수습 절차 측면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리 코우칭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소장과의 면담과 경제6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선 “경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 부총리가 마주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거대 야당의 추경 압박에 기존 ‘건전 재정’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확충 등을 언급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최 부총리와 만나 “야당의 무책임한 추경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 집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정부는 여야의 추경 논쟁과 별개로 반도체산업 지원, 전력망 확충 등이 담긴 특별법 제정 논의를 국회와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요건과 내년 경기 상황에 따라 검토 여부를 결정한 사안”이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 지원법이 연내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내년도 예산 신속 집행방안을 곧 공개한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이달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국 혼란과 별개로 하던 일과 해야 할 일을 그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 최 부총리의 생각”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