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먹힌 이유… 거대 보수 유튜브 채널 ‘활개’

입력 2024-12-17 00:00 수정 2024-12-17 00:00

극우 유튜버들의 전유물이었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비상계엄 선포로까지 이어지면서 양극화하는 뉴스 소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높은 현상은 ‘가짜뉴스’를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식을 공고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요 보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만이 넘는 거대 채널로 성장했다. 진성호방송(184만), 신의한수(154만), 배승희 변호사(132만), 고성국TV(112만) 등이 대표적이다. 한 보수 유튜버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위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전부 위법하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유튜브도 없었고 사람들이 휩쓸려갔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튜브를 주된 뉴스 소비 창구로 이용하는 비율이 51%로 47개국 평균(31%)보다 20% 포인트 높았다. 한국에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017년 28%에서 2024년 51%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각각 전년 대비 7% 포인트씩 큰 폭으로 치솟았다. 극우 유튜버들이 2020년 4·15 총선 이후 제기한 부정 선거 의혹도 이 같은 이용률 증가에 편승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유튜브 뉴스 애용자는 60대 이상이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60대 이상이 5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해외 47개국 60대 이상의 유튜브 뉴스 평균 이용률은 28%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증가하는 반면, 47개국 평균에서는 40대를 기점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률이 감소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뉴스 소비자들이 점차 유튜브로 옮겨가는 것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이용자들이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 중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 이용은 2018년 77%에서 2024년 67%로 감소했다. 한 60대 유튜브 이용자는 “10년 전만 해도 방송을 전적으로 믿었는데, 최근에는 ‘방송이 방송이 아니다’라고 유튜브에서도 이야기하고, 방송이 잘못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학계에서는 포털사이트가 언론사 구독 설정 등 뉴스에 접근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노년층 등을 포함한 포털 이용자가 유튜브로 옮겨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포털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 결과적으로 노년층의 유튜브 뉴스 이용을 늘렸다는 것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