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교·경제 분야 보폭을 넓히며 정치 지도자로서의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고 여당은 내홍에 빠진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서 수권 능력을 강조하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만나 “한·미 관계는 정말 특별한 관계”라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의 큰 도움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국내 정세와 관련해선 “빠른 시간 내에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정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투자할 기회,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책사인 리처드 그레넬(사진) 전 주독일 대사가 대북 특사로 지명된 것을 환영하며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여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행보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리더십을 드러낼 적기라는 당내 여론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에도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일 테고, 따라서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은 권력 공백기이자 외교·안보적으로 굉장한 과도기”라며 “(방위비 등 관련해) 미국이 엄청난 청구서를 내밀텐데 우리도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민생·경제 드라이브도 이어갔다. 전날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국민의힘이 불참 뜻을 밝히자 경제 분야에 국한해서라도 협의체를 가동하자며 재차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회복하는 데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느냐”며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도 좋으니 국민의힘도 꼭 참여해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기조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유능한 수권 정당’을 강조해 온 이 대표가 경제 이슈에 더해 대통령 고유 업무인 외교·안보 사안까지 주도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국민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실시한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41%로 1위를 차지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를 존속하게 하는 건 세 가지”라며 “국민이 먹고살아야 하고, 국방이 튼튼해야 하며, 그를 바탕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