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1차 소환조사 요구에 불응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다음날인 15일 오전 10시까지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라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공문을 지난 11일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 검찰이 소환요구 불응 사실을 공개하자 윤 대통령 측은 ‘변호사 선임이 늦어져서 출석하기 어려웠다’는 해명을 내놓았는데 궁색하다. 검찰 소환장을 받은 다음날 TV 생중계를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결기를 떠올리면 민망한 변명일 뿐이다. 검찰총장 출신 국가원수가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 검찰 출석을 기피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윤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자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공조수사본부도 어제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3차례 담화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렸다. 이제는 수사기관에 나가 검사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다. 야당이 정부 예산을 깎았다고, 장관과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했다고, 외국인 간첩 처벌을 반대했다고 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답변해야 한다. 야당의 탄핵 횡포와 입법 폭주가 아무리 지나쳤다고 하더라도 어떤 민주 국가에서 권력자가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는 시도가 용인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윤 대통령의 주장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통용되던 구시대 유물이다. 비상계엄 발동이 국정 최종 책임자로서의 절박함 때문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호소는 시대착오적인 억지 주장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
향후 몇 달간 국가 리더십 부재를 겪어야 하는 대한민국은 국제 무대에서 소외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초래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