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라일리가 어떤 꿈을 꾸게 해줘야 할까요. 라일리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마법같은 꿈이 좋을까요? 네, 가끔은요. 아니면 내일 일이 뭐가 됐든 그 연습이 되는 꿈도 좋겠죠. 꼭 기억에 남을 필요도 없습니다. 때론 그냥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
‘꿈 제작소’에서 10년째 라일리의 꿈을 만들어 온 감독 폴라 퍼시먼이 위기에 빠졌다. ‘잘가 쪽쪽아’ ‘쉬는 시간이여 영원하라’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라일리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트렌드에 맞지 않는 작품을 만든다’는 대표의 지적이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폴라와 오래 손발을 맞춰 온 조감독 자넬은 승진하며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독립한다.
화려한 사무실에서 초라한 창고 작업실로 내몰린 폴라는 대표의 조카인 ‘낙하산’ 제니와 함께 일하게 된다. 인디 감독 제니의 대표작은 ‘하키 퍽을 닮은 구름’ ‘나 빼고 나머진 다 로봇’ ‘길 건너에 숨겨둔 여동생이 산다’ 등이다.
폴라는 자신이 라일리를 가장 잘 안다고 확신하며 현실의 힘든 일을 모두 잊을 수 있는 마법같은 꿈, 동화같은 해피엔딩을 만들어 주고 싶어하지만 제니의 작품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라일리에겐 인생 첫 댄스파티라는 중요한 사건이 다가오고, 폴라와 제니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라일리의 꿈자리도 뒤숭숭해진다.
꿈을 소재로 어른과 아이 모두의 성장기를 그린 디즈니플러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드림 프로덕션’(포스터)이 최근 공개됐다. 전편과 속편이 잇달아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세계관을 시리즈물로 확장한 작품이다.
‘드림 프로덕션’은 라일리의 의식 저편에서 꿈을 만드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야기다. 라일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기억들은 장기 기억 저장소로 보내지지만, 추가 처리가 필요한 기억들은 꿈 제작소로 보내진다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라일리가 잠들면 폴라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진다.
‘드림 프로덕션’은 모든 세대의 성장통을 그린 ‘인사이드 아웃’의 미학을 그대로 가져왔다.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고, 앞으로 닥칠 일을 불안해하며 잠드는 라일리의 모습은 사춘기 청소년에게만 울림을 주는 장면은 아니다.
어른들에게 공감을 주는 지점도 많다. 폴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직장 상사의 불호령에 머리를 싸매고, 능력을 인정받아 나를 앞질러 승진하는 후배를 보고 씁쓸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동료와 비교당하며 해고를 걱정한다.
폴라를 중심으로 작품 속 인물들은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마주치는 상황들을 어떻게 꿈에서 그려낼지 고민한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전력을 다하는 꿈 제작소의 캐릭터들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원작을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또다시 진한 감동을 전한다. 이야기에 빠져있다 보면 백일몽, 자각몽 등 꿈과 관련된 개념들도 알게 된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등 원작의 감정 캐릭터들도 등장해 감초같은 역할을 한다. 편당 러닝타임 20~30분 가량인 4부작으로 구성돼 연말에 온 가족이 보기 좋은 콘텐츠로 손색없다. 픽사의 대표작 ‘토이 스토리 4’와 ‘코코’ ‘소울’ ‘루카’ 등에 참여한 마이크 존스의 연출 데뷔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