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기도할 때” 예배당의 새벽은 뜨거웠다

입력 2024-12-17 03:03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6일 오전 진행된 ‘국가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특별 새벽 기도회’ 참석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사회적 안정과 회복을 간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개교회에선 안정과 통합을 기원하는 특별 기도회가 시작됐고,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성도들의 시대적 역할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16일 오전 4시20분, 각 지역에서 온 대형버스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좌우 차로를 빼곡하게 채웠다. 혼란한 시대에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자며 이날부터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특별 새벽 기도에 나선 성도들을 태워 온 차량이었다.

대학생 딸과 함께 기도회에 참석한 김선경(50) 집사는 “한 사람의 성도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라며 “하나님의 뜻 가운데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의가 세워지도록 기도할 것”이라며 예배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배당 안에선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강단에 오른 이영훈 목사는 “예레미야 선지자가 바벨론에 의해 유다가 망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던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이 이방신을 섬기고, 타락한 정치 지도자들로 인해 세상이 혼탁했다”며 “신앙의 선조가 보여준 것처럼 당당하게 회개해야 할 것들을 외치고 눈물로 이 나라를 위해 부르짖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탄핵 정국이 보여 준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을 언급하며 “지금도 한쪽에선 ‘거대 야당이 문제다’ 다른 쪽에선 ‘여당이 고집을 피운다’는 얘기만 할 뿐 대국민 사과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정치권이 가슴을 치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100배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사야 41장 10절, 예레미야 33장 3절을 성도들과 함께 읽으며 “지금은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손을 붙들고 함께하실 하나님께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하며 부르짖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주님께 맡기고 나아가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는 21일까지 매일 오전 4시45분부터 1시간가량 특별기도회를 진행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도 이날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정당들이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립하면서 국민을 분열시키면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며 정치권을 향해 “불안 상황을 속히 수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회를 향해서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국난의 시기에 좌고우면하며 흔들리지 말고 말과 행동의 절제를 통해 덕을 세우는 데 힘써 달라”고 권면했다. 이어 “모두가 정치적 문제에 집중할 때 생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과 병실과 거리에서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자.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군인과 경찰을 격려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자”고 제안했다.

글·사진=최기영 장창일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