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이 여러 통로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WSJ는 “기업 경영인들은 트럼프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약속한 가파른 관세에서 면제받기 위한 로비 방법을 두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며 “인수팀은 기업 컨설턴트들에게 트럼프가 취임 후 관세를 자유롭게 사용하려는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마약 반입을 막지 못할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선포한 상태다. 또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를 추진할 경우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말대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고, 이렇게 상승한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전혀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측근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로비스트는 트럼프의 관세 언급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설득할 만한 컨설턴트는 없다고 전했다. WSJ는 트럼프가 그동안 자신의 관세 정책을 늦은 오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는데, 가장 가까운 참모들에게조차 미리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NBC방송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관세 인상이 내년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반면 관세 인상을 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42%였다.
한편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함께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함께 찍은 사진을 엑스에 올리며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맞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고 적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미국으로 찾아가 회동한 것을 계기로 밀월 관계를 구축했었다. 일본 언론은 이번 만남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간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를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측이 취임 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만났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