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는 준비 부족 등 도입 초기 제기됐던 우려를 떨쳐내고 학생·학부모 만족도 80~90%로 순항하고 있다(국민일보 12월 13일 11면 참조). 시·도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별로 저마다 처한 환경에 적합한 늘봄학교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확산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늘봄학교가 바꾸고 있는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경기도 부천시 상일초 1학년인 수현이(가명)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교 1층에서 친구들과 인솔 도우미 선생님을 기다린다. 도보 10분 거리의 상원초에 개설된 ‘상원 꿈나래 늘봄거점센터’(이하 센터)로 가기 위해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수현이는 센터에서 3D펜(입체적 물체 제작이 가능한 펜)과 메이커 아트 수업을 듣는다. 센터는 오후 5시쯤 마무리된다. 학원 가는 날은 학원으로 가고 없는 날은 집으로 향한다.
지난 12일 센터에서 만난 수현이 어머니 백모(37)씨가 들려준 아이의 일과다. 백씨는 수현이의 취학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고 했다. 학교 정규수업 이후가 특히 문제였다.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는 건 안전도 걱정되고 아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백씨는 “늘봄학교란 선택지가 있어 학원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도우미 선생님이 인솔해 안전하게 근처 학교로 이동해 다양한 체험을 하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수현이도 엄마 옆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며 걸어와 만들기 하는 게 좋아요”라며 웃었다.
센터는 부천교육지원청과 인근 학교들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센터가 있는 부천시 상동은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상원초 상일초 상동초 신도초가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이 중 상원초가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어 공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다른 학교들은 공간이 빠듯했다. 상원초가 공간을 내주고 부천교육지원청이 직접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다른 학교 학생과 학부모 수요를 흡수했다.
센터는 2023년 10월 상원초 상일초 상동초 등 3개 학교 132명으로 시작했다. 경기도에서 거점형 늘봄학교가 만들어진 첫 사례다. 올해 신도초가 합류해 4개 학교 학생 270명이 다니고 있다. 1년 새 학생이 배 이상 늘 정도로 호응이 컸다. 센터는 총 10개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표 참조). 센터 관계자는 “학부모 만족도가 90%를 웃돈다”고 말했다.
센터는 1학년 외 다른 학년도 수용하고 있다. 늘봄학교가 올해에는 1학년 위주로 시작되다 보니 다른 학년이 소외된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센터는 이런 불만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센터 이용 학생은 1학년 32.6%, 2학년 25.7%로 저학년이 여전히 많지만 3~6학년도 41.7%로 적은 비율이 아니다.
센터 복도 한쪽에 위치한 캘리그래피(글자를 예쁘게 꾸미는 기술) 체험 부스에서 만난 상동초 4학년 박모양과 상원초 4학년 최모양은 이곳에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박양은 “화·목 이틀 3D펜과 메이커 아트를 배워요. 수업도 재미있지만 다른 학교 친구들과 놀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최근 정치적 혼란과 무관하게 늘봄학교가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상원초 1학년 학부모인 이혜진(38)씨는 “비용 부담 없이 안전한 학교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아이들 일이니 정치 상황과 별도로 늘봄학교는 계속 강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