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먹이고 학습 지도까지… 아이·부모 필요 채우는 마을 공동체

입력 2024-12-17 03:03
안석문 아침교회 목사가 예꼬학교 돌봄공동체 아이들과 함께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교회 2층 교육관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한 줄로 서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아침교회(안석문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를 비전으로 삼고 지역 사회에서 돌봄과 교육, 관계 형성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교회는 ‘예수님의 꼬마들’을 의미하는 ‘예꼬성품학교’라는 이름 아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돌봄공동체와 대안교실, 체험 학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족 같은 돌봄공동체

지난 5일 오후 6시 교회 2층 교육관은 아이들의 웃음과 기도로 가득했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약 20명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감사 기도를 드렸다. “비 오는 날 맛있는 음식 감사해요”라는 어린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고 준비된 음식을 서로 돕고 배려하며 먹는 모습은 교회의 따뜻한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아침교회의 돌봄공동체는 저녁 식사를 포함한 시간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맞벌이 가정을 위해 시작됐으며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돌봄공동체를 운영한 아침교회는 “아이를 돌봐줄 테니 더 낳아라”는 독특한 메시지를 전하며 출산과 육아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안석문(59) 목사는 “아이와 부모를 위한 성품 교육과 신앙 훈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아침교회는 단순히 교회가 아닌 마을 공동체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세대 우선한 공간… 놀이클럽도

교회는 전 공간을 다음세대 사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활용하고 있다. 교회 2층 교육관뿐 아니라 지역 상가에 위치한 ‘하늘소리 교육관’과 최근 교회 근처 초중고등학교 앞에 마련된 제3교육관까지 모두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교육과 놀이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교육관에서는 월, 화, 목, 금요일 오후시간대(15~18시)까지 대안교실이 운영된다. 국어, 수학, 영어 등의 학습 지도를 받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14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한다. 저녁 시간대(18~20시)에는 돌봄공동체가 열려 유치원생을 포함해 2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사역에는 전임 교사와 은퇴 교사 출신 성도, 청년 파트타임 스태프 등이 헌신하고 있다.

이 사역은 특히 맞벌이 부모들에게 신뢰받고 있다. 대안교실은 하교 후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과 놀이를 병행하도록 돕고, 돌봄공동체는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유치원생의 경우 교회 성도들이 차량 앞에서 직접 픽업하며 부모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로인해 교회를 다니지 않던 부모들이 예배를 출석하게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안석문 목사는 “아이들을 통해 부모와 가정을 전도하는 ‘관계전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열리는 관계놀이활동 ‘예꼬놀이 클럽’은 지역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은 공원과 역사기념관 방문,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돼 현재도 매주 30~40명의 아이들이 모이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안 목사는 “디테일한 사역이 핵심”이라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교회에서 말씀과 생활을 통해 변화하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비신앙 가정도 자연스럽게 교회와 연결되고 있으며 최근 젊은부부로 이뤄진 20여개의 가정이 새롭게 교회에 등록했고 평균 연령 40대의 젊은 교회로 자리 잡게 됐다.

다음세대 사역이 곧 가정사역

돌봄공동체는 아이들의 변화뿐 아니라 가정회복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한 저녁 돌봄과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과 신앙적 성장을 경험하며 부모는 직장 생활과 가정에서 여유를 찾게 된다. 전소정(47) 집사는 여섯 남매 중 넷째부터 막내까지 돌봄공동체에 참여시켰다. 그는 “맞벌이 부부로 교회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 큰 안도감을 느꼈다”며 “교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과 선한 성품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돌봄공동체를 통해 신앙 생활을 시작한 김정현(43) 집사는 “돌봄공동체 덕분에 아이들은 물론, 나와 남편도 신앙 안에서 새롭게 변화됐다”며 과거 이혼 위기였던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간증했다.

이 모든 사역의 중심에는 부부 공동목회를 이끄는 안 목사와 아내 박현정(54) 목사가 있다. 대형교회에서 청년부와 교육부를 섬긴 안 목사는 그런 경험과 심리학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돌보고 박 목사는 부모와 장년층을 대상으로 상담하며 가정사역자로 활동 중이다. 안 목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가정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평신도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이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다음세대지킴이연합(한다연) 상임총무로도 활동하며 ‘4/14 윈도우’ 운동에 기반한 선교 사역도 집중하고 있다. ‘4/14 윈도우’는 4세부터 14세까지의 연령대를 신앙 형성의 결정적 시기로 보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교 전략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저출생 문제 해결과 신앙 전수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며 “아침교회의 돌봄공동체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공간을 넘어 출산율을 높이고,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실천하는 모델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