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회자는 시대가 위중할 때 역사 앞에 메신저 역할해야”

입력 2024-12-17 03:07
류영모 한소망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의 한 사무실에서 은퇴 후 사역의 방향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양=신석현 포토그래퍼

동화(冬花). 겨울꽃이란 뜻을 품은 류영모(70) 한소망교회 원로목사의 아호다.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그는 인생의 찬바람을 극복하고 끝내 한소망교회란 꽃을 피웠다. 지난 15일 은퇴예식으로 류 목사는 교회를 떠나지만 ‘오직 예수’라는 소망을 위해 찬바람이 부는 곳에 또다시 뛰어들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류 목사는 “하나님 주권을 회복하지 않으면 교회는 더는 빛이 될 수 없다”면서 “공적인 교회, 공적 복음, 공공선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교회가 되길 늘 기도하고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역에 쏟아부은 시간이 50년이다. 은퇴 소회가 어떤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등을 위임할 때도 시원섭섭하지 않냐는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근데 내 감정하고는 너무 달랐다. 주님이 주셨던 자리기에 최선을 다했고 항상 기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성경은 ‘너희 밭의 포도나무 열매가 기한 전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니’(말 3:11)라고 말한다. 시작했던 일을 잘 마무리하고 퇴임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하나님 앞에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주신 복이자 감사한 일이다. 은퇴를 영어로 ‘리타이어(retire)’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어를 두고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운다’고 말한다.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에서 은퇴한다고 해서 사역에서 물러서는 건 아니다. 다른 길을 갈 뿐이다.”

-앞으로 청사진이 있다면.

“후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는 기름 부음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원로목회자는 대사회적 소통을 하고, 나라가 위중할 때마다 역사 앞에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주님께서 주신 사명과 같다. 한소망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가치를 높이고 우리 후임 목회자들의 영향력을 넓히는 일들을 후임자 등 뒤에서 할 예정이다. ‘나부터포럼’이 대표적이다. CBS재단 이사장 시절 국민일보와 함께 만든 브랜드다. 최근에는 비영리법인으로 새출발했다. 시대가 위중할 때마다 예언자적 메시지를 내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감당할 계획이다. 그리고 세미나실 등을 운영하면서 다음세대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을 훈련하며 조언하는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34년 동고동락한 한소망교회는 어떤 의미인가.

“‘한소망’에는 몇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한국의 소망과 하늘의 소망, 유일한 소망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가는 길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품어야 할 소망은 하나다. 오직 예수다. 그런 뜻에서 지은 이름이 한소망교회다.

교회 개척 당시 목회자들 사이에선 ‘교회가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 맨손으로 개척이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저는 그때 되레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으로 교회가 개척되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른바 ‘쓰리맨’ 맨손 맨몸 맨땅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교회가 양적으로 초대형교회는 아닐지언정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친 데는 초대형이지 않았느냐라고. 모두 하나님의 축복이었다. 교회가 후임자에게 잘 승계됐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승계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서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한국교회는 후임자를 선정해서 데려다 놓으면 승계라고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승계는 간단한 게 아니다. 승계는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장로부터 제직 인원, 어린아이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 공동체의 마음도 이어져야 한다.

교회는 2021년 승계위원회를 출범시켜 3년에 걸친 단계적 승계를 준비했다. 한소망에서 목회하다가 전국에 흩어진 목회자들이 30명 정도다. 모두 후보군으로 올리고 하나하나 기도하고 점검했다. 그렇게 승계위원들이 모두 동의한 사람이 바로 후임자다. 세례 교인 6500명이 구성원인 공동의회에서도 97%가 찬성했다.

이후 가장 성경적인 이취임식을 하고자 유튜브로 멘토링을 공개했다. ‘우리 비전은 이것이다’ ‘우린 왜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지 아니’ 등등.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공개했다. 내 모든 걸 쏟아부었던 한소망교회를 승계하기 위해선 결국 제 심장 속에 있는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한교총 대표회장 시절, 기독교에 대한 긍정 인식이 부정 인식보다 더 높게 나왔다.

“연합사역 대표직은 6만 한국교회가 복음을 전파할 수 있도록 대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이 교회를 향해 외치는 ‘약자 편에 서달라’는 요청에 응해야 한다. 한교총 대표회장 시절 우는 자들과 함께 울겠다는 일념으로 아파하는 사람에게 먼저 달려갔다. 한 번 소통하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자 했다.

대표회장 시절, 큰 재난들이 잇따라 터졌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울진 삼척 산불, 대홍수, 10·29 이태원참사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모금으로 실질적 대응에 나섰다. 산불이 일어났을 땐 집을 지어주고 등기까지 내줬다.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자 했다. 정부도 할 수 없었던 일을 교회가 나선 것이다. 그랬기에 기독교에 대한 긍정 보도가 부정 보도보다 많지 않았나 싶다. 한국교회가 함께하고 모든 교단이 힘썼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고양=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