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1차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는 특수본 구성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법원이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내란 공모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주요 지휘관이 윤 대통령 지시로 계엄 임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한 점도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속도를 붙였다. 각 수사기관이 15일까지 체포·구속한 계엄 사태 가담자는 총 7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윤 대통령과 함께 사전에 계엄을 논의하고,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지시로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군·경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다수 나왔다.
이미 특수본은 사태 2인자인 김 전 장관 및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구속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지난 13일 긴급체포된 이진우 수방사령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체포 상태는 아니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돼 수감 위기에 몰렸다.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 체포했다.
이번 사태 주요 관계자들은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를 직접 지시했고, 화를 내며 ‘국회의원 체포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을 질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군 지휘부에 직접 전화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으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 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국회의원)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1·3·9공수여단을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투입한 혐의를 받는다.
수방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혐의를 받는 이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 마지막 두 차례 통화에선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계엄 해제 표결이 가까워오자 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전화해 ‘왜 그걸 못 끌어내냐’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속된 조 청장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경찰 조사에서 계엄 선포 후 6번 전화를 받았고 “(국회의원을)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사령관도 검찰 조사에서 계엄군이 왜 국회 진입을 못하는지 윤 대통령이 전화로 물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특수본 수사는 향후 윤 대통령을 소환해 지시 내용이 사실인지,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이며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게 아님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특수본은 대규모 군병력이 계엄 선포 이후 동원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등을 향한 점을 고려할 때 기능 마비 의도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7분 뒤인 3일 오후 10시30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열었고, 박 육참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지명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의 국회·중앙선관위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 당일 대규모 군병력이 투입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계엄 당일 동원된 군인이 최소 1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속은 국방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육참총장, 문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43명의 현역 군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앞으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부대와 인원이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주요 가담자들의 진술이 일제히 쏟아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 특수본은 윤 대통령이 추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해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영장 없이 윤 대통령 긴급체포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경호 인력과의 충돌 우려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신지호 김용현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