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비용 부담·부작용 우려에 꺼려
시범사업 참여자 중 46%가 ‘처음’
5년간 대장암 140명 조기 발견 성과
예산 감안해 수면 포함 등 여부 검토
학계선 “도입 사전 대책 마련 필요”
시범사업 참여자 중 46%가 ‘처음’
5년간 대장암 140명 조기 발견 성과
예산 감안해 수면 포함 등 여부 검토
학계선 “도입 사전 대책 마련 필요”
경기도 일산에 사는 원모(65·여)씨는 지난해 4월 평생 처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수면으로 받을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찮고, 비수면으로 받자니 무섭기도 해서였다. 자녀들이 검사를 받으라고 여러 번 권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왔다. 그러다 우연히 ‘대장내시경 국가암검진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원씨는 “자주 다니던 병원에서 국가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선착순으로 무상 제공하니 받아보라는 전화 메시지가 왔고 남편이 권유해 받게 됐다”고 했다. 검진 결과 직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원씨는 “2년 간격 일반건강검진도 거르지 않았고 현재의 국가대장암검진인 채변을 통한 잠혈반응 검사도 받았지만 양성으로 나오지 않아 암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원씨는 6개월 방사선 치료 후 암 부위 직장을 7㎝나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추적 관찰 중이다. 그는 “대장내시경 검사로 그나마 일찍 발견해 다행이다. 주변에서도 다들 검사 잘 받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전모(73)씨도 지난해 7월 같은 시범사업에 참여해 1기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역시 대장암검진의 분변 잠혈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게 나와 안심하고 있었다. 수술로 대장의 3분의 1을 제거한 전씨는 “그간 대장내시경은 받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 선뜻 내키지 않았는데, 이번에 나라로부터 큰 은혜를 받았다”며 만족해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19년부터 5년간 시행한 국가암검진 대장내시경 검사 시범사업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암센터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자의 46%가 원씨와 전씨처럼 지금까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관련 학회가 대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잘 실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 장 천공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물론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무료 국가암검진사업에 대장암검진이 포함돼 있지만 수검률은 31.5%에 그친다. 6대암검진 중 꼴찌다(그래픽 참조). 검사 방법의 불편함과 낮은 검사 신뢰도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현재 대장암검진은 채변을 통한 분변 잠혈검사를 기본 검진으로 하며 잠혈 반응(변에 피가 섞여 있음)이 양성일 경우 2차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변 잠혈검사의 양성률은 4.13%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2차 대장내시경 검사 이행률도 48.7%에 그친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장은 16일 “잠혈 반응이 나와도 치질이나 항문출혈 등에 의한 것일 수 있는 데다 불편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받는 걸 꺼리는 것 같다. 분변검사 양성자의 약 30%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안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장암검진 1차 검사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지속 제기됐고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에 나선 것이다.
암 위험 높은 선종 발견율 높아
시범사업은 경기도 고양과 파주, 김포 지역 거주자 50~74세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019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2만6004명이 무료 대장내시경 검사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분석이 끝난 2만4929명의 대장 용종 발견율은 61.86%(1만5422명), 용종 중 대장암 위험이 높은 선종 발견율은 44.30%(1만1044명)로 집계됐다. 대장암은 140명(발견율 0.56%)에서 찾아냈다.
조기 발견의 지표인 ‘국한 단계(암이 제자리에 머뭄)’ 대장암 발견율은 57.14%로, 중앙암등록통계 39.8%(2021년 기준)보다 높았다. 병기상 1기 발견율은 42.86%로 암등록통계(결장암 23.94%, 직장암 26.79%)보다 역시 높았다. 국가암검진의 목표인 조기 발견에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합병증은 5년간 복통 3건, 출혈 16건, 천공 2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사례는 없었다. 이런 결과는 앞서 비슷한 시범사업을 벌인 해외 국가는 물론 현재 국가대장암검진 1차 검사인 분변잠혈검사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국립암센터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2026년부터 대장내시경을 국가대장암검진 기본 검사로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화를 위해선 건강검진기본법, 암관리법 등 법령 개정을 비롯해 세부적인 준비가 필요해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무료 국가검진으로 도입하는 만큼 예산을 감안해 검진 대상의 연령, 수면 혹은 비수면 포함 여부 등 정할 사안이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장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고령자일수록 내시경 검사에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연령 상한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검사 도중 출혈과 장 천공 등 부작용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국가검진 본사업으로 도입 시 이에 대한 사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태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시범사업에서 선종 발견율과 천공·출혈 발생 데이터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우월하게 나온 건 맞는다”면서도 “이번 사업 참여 검진 의사의 90%가 소화기내시경 전문의여서 가능했다고 본다. 본 사업 시 양질의 의사 참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장·위내시경 검진 및 시술 의사의 자격 기준 확대를 두고 기존 소화기내시경학회 등 내과 관련 학회와 외과 및 가정의학회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