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당면 과제로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 그리고 진상 규명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이제 여당 아닌 제2당”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거대 의석을 지닌 원내 제1당의 지도자 면모를 드러내고, 탄핵 이후의 국정을 자신이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가 15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 꺼낸 공식 제안은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이다. 이 대표는 ‘여야’라는 표현 대신 ‘국회와 정부’를 협의체 구성의 주체로 언급했다. 또 “너무 많은 탄핵을 추진하면 국정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도 일단 인정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국정공백을 해결하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고, 동시에 혼란 수습의 주체가 민주당임을 명확히 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한 권한대행도 전적으로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권한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국회가 추천할 헌법재판관 3명을 한 권한대행이 신속히 임명하라는 ‘압박’ 성격도 담겨 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시간을 끌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을 바라는 여권 일각의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국가의 혼란과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선고 결과 예측은 제 몫이 아닌 거 같다”면서도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헌재의 신속한 심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정부의 재정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핵심 정책 브랜드인 ‘지역화폐 사업’으로 돌파해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석열정부가 꺼려왔던 ‘확장재정’을 경제 위기 해법으로 제시하며 정책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신속한 특검 도입도 주문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에 응하지 않고 각자 수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법질서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특검과 국정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김판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