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다수의 탄핵 반대파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주축인 탄핵 찬성파 간 갈등이 탄핵 정국에서 여권 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고, 이를 따른 의원은 85명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안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은 부결이니 탄핵 반대에 투표해 달라. 입장이 곤란하다면 기권이나 무효표라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결국 탄핵 찬성표는 204표가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해 범야권 192명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여당에서 12표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기권 3표와 무효 8표까지 합하면 부결 단일대오에서 이탈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대 23명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담화 직후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탄핵안 표결은 당내 계파 간 세 대결 성격을 띠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가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다.
표결에 앞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조경태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7명 의원 중 안 의원을 제외한 이들은 친한계로 분류된다. 이 중 진 의원은 의총에서 기권표를 던졌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의원들이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전제하면 추가 찬성표는 6명으로 보인다.
친한계 의원 규모가 2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찬성·기권·무효 등 이탈표를 던진 23명 중 다수가 친한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기권·무효표 11명을 모두 친한계로 볼 수 있는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당론에서 벗어난 것은 맞지만 가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탈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직무 정지로 이어진 표결 결과를 두고 여당 내홍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이날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 “90명이라도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 자해정치를 하는 이재명과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고 탄핵 찬성 의원들을 비난했다. 전날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에서도 “당신 말고 비례대표 할 사람 줄 섰다” 등 격한 성토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한 명씩 일어나 각자 무슨 표를 던졌는지 밝혀보자”며 찬성파를 색출하자는 취지의 주장까지 제기됐지만 권 원내대표가 만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핵 가결로 ‘한동훈 체제’가 사실상 붕괴 수순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친한계의 결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이후 친한계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각자도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탄핵 표결에서 이견이 있었더라도 앞으로의 수습은 함께해야 한다”며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