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국힘 ‘비대위’ 불가피… 한동훈, 16일 거취 밝힐듯

입력 2024-12-15 18:58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허탈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대표 책임론이 커지며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폭풍에 휩싸여 사분오열될 위기에 처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 중심의 ‘탄핵 반대파’는 한동훈 대표에게 여권 분열의 책임을 묻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일부는 ‘탄핵 불가피론’을 들어 반박했지만 다수는 침묵을 지켰다. 한 대표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여권 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한계 장동혁·진종오(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윤계 김민전·김재원·인요한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체제’가 출범 5개월 만에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정치”라며 “지금은 상심한 당원을 달래고 보수의 미래를 준비할 때”라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극명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탄핵 반대표를 던진 다수 의원은 거세게 한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한 대표는 “제가 비상계엄을 했느냐” “제가 투표했느냐”며 반발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의총장을 나와서도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윤계를 비롯한 당 주류는 주말 사이 총공세를 펼쳤다. 이상휘 의원은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한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날을 세웠고, 권영진 의원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당대표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미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했는데 탄핵도 하지 말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가”라며 친윤계를 비판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위헌·위법적 계엄 정국에서 한 대표는 국민만 보고 바른길을 걸어왔다”고 한 대표를 옹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5명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대위 체제 돌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총사퇴가 당대표직 박탈로 직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대표가 임명한다’는 당헌에 따라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미 리더십이 무너진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을 하더라도 전국위원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정현수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