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기 대선은 금기어”라지만… 사실상 대권 플랜 스타트

입력 2024-12-16 04: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는 윤 대통령의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우선 조치일 뿐, 상황 종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탄핵 정국이 진행되는 동안 수권정당으로서의 국민적 인식을 확보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려는 여권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 등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민 비호감도가 일관되게 높다’는 질의가 나오자 “지금은 대한민국 위기 국면이 진행 중이고 오로지 이 위기 국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탄핵심판) 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신중하고 엄중해야 한다.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해 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안 관철을 촉구한 많은 국민에게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상처’일 수 있는데, 민주당이 이 대표 대권을 언급하면 국민적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탄핵은 탄핵이고, 이재명은 이재명이다. 대선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며 “민생 회복과 대외신인도 확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대비 등을 통해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제1야당이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도부의 신중 기류와 달리 민주당은 이미 ‘대권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당내에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를 단일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도전할 만한 내부 후보 자체가 마땅치 않은 데다 불안정한 시국에 굳이 경선을 치러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논리다.

민주당은 앞서 이 대표 2기 지도부 출범 직후 집권플랜본부와 대규모 특별보좌단, 인재위원회 등 집권을 대비한 정책·전략·인재수급 담당 조직을 속속 출범시켰다. 이 대표 역시 최근 재계와 종교계, 여야 원로들과 연이어 회동하는 등 지지층 저변을 넓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민주당은 다만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법원이 이 대표의 재판들을 원칙대로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올 때도 대선에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확실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법과 상식에 따라 합리적 결론이 이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정치 일정도 진행될 것”이라며 “저 역시 그 절차와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김판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