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밥상·외식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식재료 원가 상승세에 따라 외식물가가 오르거나, 혼란한 정국 속에 기업들이 주요 상품군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가공식품·외식 가격 인상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 원재료 가격 상승 기조에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고환율 등이 맞물리면서다. 경제 지표마다 ‘물가상승’을 예감하게 한다.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수치는 환율이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3.0원이었다. 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1430원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두드러지는 고환율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이런 추세가 멈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은 각종 식품의 원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값을 치르는 수입 식품과 원재료 가격은 비싸진다. 식품 원재료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밀가루와 팜유, 커피 원두, 코코아 등 주요 식품 원재료의 국제 가격은 기후 위기 영향으로 최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중동 전쟁과 미국 대선 등 여파로 강달러 현상이 유지되면서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10월(2.1%)과 11월(1.1%)에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국내 생산물 물가가 오르고, 외식 물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먹거리 물가 상승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환율이 악재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음식 가격이라도 올리지 않으면 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불경기에 연말 특수만을 바라보고 버텼는데,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보다 장사가 더 안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짙다. 외식물가는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11월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서울 기준 평균 가격 상승률은 4.0%였다. 실제로 서울 기준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지난 5월 평균 2만원을 넘어섰고, 삼계탕도 7월부터 1만7000원 시대에 돌입했다. 배달음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확률이 높다.
식품·외식 기업들이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례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농심과 파리바게뜨 등이 가격을 올렸다. 직장인 이모(43)씨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니 물가가 오를까 봐 걱정이 크다”며 “자칫 집에서 밥을 해 먹기도, 밖에 나가서 사 먹기도 난감한 상황에 놓일까 두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억눌러 온 가격 조정이 이 틈을 타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던 상황에서 기업의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해왔다.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오랜 기간 호소해온 만큼 그간 쌓여온 불만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잖다. 밥상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주요 식품기업들은 아직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