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정상화의 시간… 여·야·정 대승적 협력 나서길

입력 2024-12-16 01:20

탄핵소추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엄중한 사태지만 가보지 않은 길은 아니다. 8년 전 똑같은 상황은 국가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 멈춘 듯했던 시스템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시 작동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았고, 국민은 일상을 회복했다. 법이 안내하기에 예측 가능하며 경험한 터라 낯설지 않은 그 길에 우리는 다시 들어섰다. 이제 탄핵심판이 진행될 몇 달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현실에 구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국정의 안정, 경제와 사회의 복원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시급한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속히 정착해 정부 기능을 원활히 유지하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직후부터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잇따라 소집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한·미 동맹을 점검하며 흐트러진 국정을 추스르고 있다. 권한대행 보좌에 돌입한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의 모든 부처와 기관이 흔들림 없이 역할을 수행해야 안정 속에 이 과도기를 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회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일단 접은 것은 다행스럽다. 그동안 정부와 맞서 싸우는 데 사용해온 다수 의석의 힘을 이제는 국민을 위해 정부를 지키는 데 써야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한 권한대행 측이 “국회와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모든 정파가 협치 실현에 나서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지도부 붕괴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어서 정비해 국가 정상화에 여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협의체 제안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기존의 여야 대결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민심에 다가서는 길은 당리당략을 떠나 대승적 위기 대응에 나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외교·안보 모두 8년 전과 비교해 한층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안 그래도 심각한 내수는 계엄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 특수와 반도체 호황이 사라진 통상 환경도 훨씬 열악하다. 곧 출범할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정상 외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군의 핵심 사령관들이 계엄 사태에 연루돼 대비태세마저 불안하다. 하지만 차근차근 대처한다면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결코 아니다. 정쟁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각종 경제 현안의 얽힌 실타래를 머리를 맞대 풀어내고, 한·미 동맹과 군 대비태세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외교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모두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