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총리 바이루 “화해 필요”… 좌파·극우 야당 “우리 말 들어야 돼”

입력 2024-12-16 00:21
프랑수아 바이루(왼쪽) 프랑스 신임 총리와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파리의 총리관저 마티뇽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참석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정국 혼란 속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새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73)가 “화해가 필요하다”며 야권에 협력을 호소했지만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NFP 내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하원 원내대표는 14일(현지시간) “두 가지 선택만 남았다. 바이루와 불운한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결별할지”라며 총리 불신임을 예고했다.

마린 르펜 RN 원내대표는 “우리는 바이루에게 전임자(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안 하려고 한 일을 요청한다. 야당의 말을 듣고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 반대 세력의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범여권 연합 ‘앙상블’ 소속 민주운동당(MoDem) 대표인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충돌 끝에 지난 5일 하원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바르니에 내각이 붕괴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도파 거두인 바이루는 마크롱의 오랜 우군이다. 교사 출신인 바이루는 1993~1997년 교육장관을 지냈고 2002·2007·2012년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그해 5월 법무장관으로 입각했으나 보좌관 허위 채용 스캔들로 1개월 만에 사임했다. 바이루는 올해 2월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마크롱이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좌우 극단 세력을 배제하고 온건 세력을 중심으로 정국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이루는 분열된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전임 바르니에 내각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 감축과 증세를 골자로 한 예산안을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하원 표결 없이 예산안 핵심 법안을 처리했다가 좌파와 극우 모두의 반발을 사서 불신임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