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2시간여 만에 해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난 4일 오전 6시, 한 기독 청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고 위정자들을 위해 간구하지 않았음을 회개합니다”라는 기도문을 올렸다. 1만4000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크리스천 간호사 하은씨다. 그의 기도문엔 “이 땅의 리더들이 주님의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소서”라는 위정자를 향한 간구도 포함됐다.
또다른 SNS 스레드에는 계엄 사태 당일 저녁 예배나 새벽예배에 참석한 인증사진과 함께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가 퍼졌다. 가족과 함께 새벽 예배를 나가 나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 경험, 더 열심히 기도하자는 다짐 등이 잇따라 공유됐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까지 온 사회가 들썩인 지난 2주간 SNS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청년 크리스천들의 움직임 중심엔 기도가 있었다. 기독 인플루언서 전대진 작가도 예레미야 29장 7절과 시편 122편 6~9절 말씀과 함께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혼란 가운데 있는 모든 주의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평안이 임하길 기도합니다”라고 SNS에 적었다. 혼란과 불안이 가득한 시기,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청년의 글엔 순식간에 수백개의 공감이 표시됐다.
시국 관련 성명서 발표와 시위가 활발히 진행됐던 각 대학에서는 캠퍼스 선교단체와 기독 연합 동아리들의 기도 모임이 이어졌다. 서울대기독인연합과 중앙대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각각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나라를 위한 기도 제목을 공유했고, 이화여대기독인연합, 연세대기독인연합 등도 종강 예배를 통해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며 함께 기도할 것을 강조했다. 경희대 기독예배 동아리 UCM은 지난 12일 오후 6시 경기도 수원시 국제캠퍼스 동아리방에서 나라와 캠퍼스 학생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이정민 UCM 간사는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시작인 줄 믿는다”며 “캠퍼스 안에 성경적 정의가 바로 세워지고 하나님의 등불이 이 나라와 청년들에게 꺼지지 않도록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이 의결된 이후에도 기도를 통해 평안을 구하려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말씀 묵상과 기도 제목을 공유하는 계정 ‘바이블(Bible) 365’는 15일 “마음과 갈등의 장이 되지 않는 주일이 되길 힘써 기도해본다”며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완전히, 온전히 사랑하신다”고 적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