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열악한 뇌전증 수술 지원… 꼭 필요한 뇌자도 검사 전문기사 파견 유지돼야”

입력 2024-12-17 00:10

국내 수술이 필요한 중증 뇌전증 환자는 약 3만6000명에 달하지만 매우 열악한 수술 환경으로 1년에 100건의 수술도 못 하고 있다. 뇌전증 수술은 돌연사율이 30배 높은 중증 뇌전증 환자 생존율을 50%에서 90%로 높인다. 전국에 뇌전증 수술센터는 단 7개(서울 6개, 부산 1개)로 수술할 수 없는 그 외 지역 뇌전증 환자들이 적기에 수술받을 수 있도록 전국 뇌전증 수술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의 상급종합병원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해 협동 수술이 거의 없지만 미국의 모든 뇌전증센터들은 서로 연계해 중증 환자들에게 적기에 협동 뇌전증 수술을 제공한다.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뇌자도 검사(MEG)는 사람의 뇌에서 발생하는 매우 작은 자기장을 측정하는 최첨단 검사다. 과거에는 뇌자도 검사를 받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에 가야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국회 도움으로 2019년 12월 처음으로 뇌전증 지원체계 구축 예산이 마련됐다. 이 예산은 중증 뇌전증 환자들의 수술을 위해 국내에 없는 뇌자도 검사 장비와 수술 로봇을 도입하고 전국 뇌전증 환자들의 포괄적 관리가 목표다.

2020년 삼성서울병원이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지만 뇌자도 검사 장비를 설치할 장소를 찾지 못해서 지난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 뇌전증지원센터 뇌자도 검사실이 설립됐다. 국내 유일의 뇌자도 검사실은 전국 환자들에게 하루 방문으로 진료, 처방, 검사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는 뇌자도 검사의 설명, 예약 및 검사 안내를 한다. 하지만 뇌자도 검사비는 선별 급여(본인 부담률 80%)로 환자 부담이 100만원으로 커서 여러 병원 환자들의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뇌자도 검사 비용은 내년에 꼭 필수 급여 전환이 돼야 한다.

뇌자도 검사는 한 달에 약 20건 시행되는데, 한 명을 검사하는데 3~5시간 걸리고 판독에도 4~5시간 필요하므로 뇌자도 전문기사가 꼭 필요하다. 국내 유일하게 미국 뇌자도 전문기사 자격증을 소유한 삼성서울병원 현순철 임상병리사가 지난해 3월부터 1주일에 2~3일 세브란스병원에 파견돼 뇌자도 판독을 준비하고 뇌전증 뇌자기파를 찾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런데 그의 파견이 이번 주부터 중단돼 뇌자도 판독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 임상병리사를 대체해 왔던 삼성서울병원의 뇌파 기사가 갑자기 퇴직하고 복지부의 내년 뇌전증 지원 구축 사업의 공모가 지연되면서 사업의 주관 기관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이 전국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현순철 뇌자도 전문기사의 세브란스병원 파견을 계속 유지해 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뇌자도 검사실은 검사비가 너무 낮고 검사 건수가 제한돼 세브란스병원은 1년에 수억원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중증 뇌전증 수술에 필수적인 뇌자도 검사의 생존을 위해 계속 지원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이는 전국 40만 뇌전증 환자와 150만 가족들을 위하는, 국내 처음으로 병원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공의료 및 사회적 기여로 기록되고 꽃다운 나이의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뇌전증지원센터장·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