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안보 수장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현실화된 외교 공백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미동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소통 경험이 있는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노무현정부 당시 탄핵 정국을 겪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의 중대한 문제는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지금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는 ‘보텀업’ 방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며 “권한대행이기 때문에 정상회담도 못하는 등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첫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외국, 동맹국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의 내정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서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내내 공들여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상 간 소통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하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 간 소통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한 후 직접 공격을 못하게 막은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고 2006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부시 전 대통령을 설득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며 “지금은 트럼프가 휘두를 칼을 어떻게 막아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윤 이사장은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불안정이 안보 상황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런 불안감을 어떻게 빨리 해소할지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장관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중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전 장관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야당이) 공세를 펴기보다는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정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무너진 리더십 체계를 더는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발생할 수 있는 외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유경험자’가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접촉이 쉬운 야당이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 측과 접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일본에서 아소 다로 전 총리가 트럼프와 접근했듯이 트럼프를 여러 번 만났던 문 전 대통령이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거국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소통을 강화해 한국 정부의 외교 방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이사장은 “불투명했던 외교 소통 경로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해외 공관의 외교 전문을 활용해 한국 정부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