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선포 후 참모진에 “향후 책임 우려해 미리 안 알려… 서운해 말라”

입력 2024-12-16 04:0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향후 책임질 일이 있을까 해서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결정 과정에서 배제한 일종의 미안함을 참모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싸고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검·경 등의 내란 혐의 수사가 예고돼 있지만 전후 과정을 잘 모르는 대통령실로서는 대응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가 해제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에게 계엄 조치를 사전에 알리거나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해 “향후 책임이 있을까봐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서운해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도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부 장관하고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언론 접촉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도 실제 비상계엄이 계획된 과정에 대해 알거나 관여한 바가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군·경 관계자들은 국회 증언이나 수사기관 진술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등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의 담화 이외에 대통령실이 브리핑이나 공식 입장을 제시한 적은 없다.

향후 탄핵심판이나 수사 진행 국면에서도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신 밝히는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법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 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1시간가량 한 권한대행을 만나 업무체계 등을 보고했다. 한 권한대행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부터 모든 조직은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변했다”며 “그래서 대통령비서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저한테 보고했다”고 말했다. 4대 개혁 및 ‘소비 진작책’ 등 정책이 활기 있게 추진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전달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전날 오후 7시24분 중지됐다. 대통령실 정문 전광판에는 “대통령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 계속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