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온몸의 신경이 연결된 주요 부위다. 머릿속 신경을 잘 유지하기 위해 몸 전체가 돕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중 뇌는 신체의 중심 기관이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정보를 전달하고 명령을 내린다. 이 뇌척수 신경계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몸의 모든 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조화가 깨지면 다양한 신체적 문제가 생긴다.
현대 사회에서 두통과 목, 어깨 통증은 이제 흔한 증상이 됐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대부분 정보를 한 자세에서 처리하면서 머리와 목, 어깨 주변의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머리에는 매우 미세한 근육들이 존재한다. 이들 근육은 평생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눈을 움직이는 근육인 안윤근의 비정상적 활동으로 두통이 생기거나 눈에서 홍채와 수정체를 움직이는 근육인 모양근의 운동 이상으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다. 안압이 증가하면 녹내장 등 심각한 눈 질환도 생긴다.
또한 양쪽 귀에 있는 작은 뼈, 즉 청소골의 운동 장애는 귀 내부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달팽이관이나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과 이명, 청력 저하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는 머리를 한 방향으로 고정해 사용하는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다. 특히 안면 신경의 운동으로 움직이는 얼굴 근육에 부조화가 생겨 얼굴 한쪽이 떨리거나 신경 마비가 오는 경우가 적잖다. 안면이 일그러지거나 비대칭이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턱관절 역시 문제의 중심에 있다. 많은 이들이 턱관절 문제로 치아 교정 수술을 받거나 신경과민으로 턱 근육의 부조화를 경험한다. 한쪽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 양쪽 턱을 움직이는 근육인 교근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턱관절에 지속적인 통증이 유발된다. 이들 증상은 주로 얼굴에 나타나므로 성형외과와 안과, 이비인후과를 찾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이들 증상의 근본적 원인은 머리 뒤쪽 근육들에 있다.
머리 뒤쪽엔 ‘항인대’란 커다란 인대가 목과 양쪽 견갑골에 부착돼 머리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항인대가 손상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머리 주변에 다양한 통증이 생긴다. 온종일 모니터를 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항인대를 계속 긴장하고 경직되게 만든다.
항인대가 긴장되면 머리 전체에 통증이 발생하고 눈이 침침해지며 시력이 저하된다. 냄새 맡는 능력에도 이상이 생기고 턱관절 통증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어지럼증과 이명을 유발한다. 두통을 호소하는 현대인 중 절반 이상은 뇌 속 문제가 아닌 뇌 바깥, 즉 항인대와 후두경부 근육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다.
두통을 호소하는 여러 사람이 뇌 MRI 검사를 받는데 대부분은 정상으로 진단된다. 그럼에도 계속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잖은 건 통증의 근본적 원인이 항인대와 목 근육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통이 지속된다면 정형외과에서 후두경부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후두경부 균형이 맞춰지면 목과 어깨의 긴장도가 낮아져 두통을 비롯한 다양한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
6개월 동안 편두통을 앓아 병원을 오가며 진통제만 복용하던 60대 환자가 있었다. 눈이 침침해지고 턱이 아프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등의 증상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우울증까지 호소하던 이 환자는 여러 과를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찰해 보니 목 뒤 근육이 심하게 경직돼 있었고 한쪽 어깨가 올라가 있었으며 거북목 증상이 심했다. 승모근과 흉쇄유돌근의 긴장도를 낮춰주고 후두부의 경직된 부분을 치료하자 환자는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눈앞이 시원하게 보인다고 매우 기뻐했다. 세 번의 치료 후에는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현대인의 두통은 목과 어깨의 근육과 인대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잖다.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주의 깊게 듣고 촉진한다면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두통만 해결돼도 현대인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