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연예계도 힘을 보탰다. 배우, 감독, 가수들은 시민들을 위해 집회 현장 인근의 음식점, 카페 등에 음식값을 미리 결제하거나 시국선언 등에 참여하고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 14일 집회에 참가하는 팬들에게 식사와 따뜻한 음료 등을 제공했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추운 날씨에 아이크(아이유 응원봉)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는 유애나(아이유 팬덤)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며 “유애나가 아니라도 집회에 참여하는 분이라면 음식과 핫팩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아이유 측은 집회 장소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카페와 국밥집, 떡집 등 5곳에 빵 100개, 음료 100잔, 국밥·곰탕 100그릇, 따로국밥 100그릇, 떡 100개 등을 선결제했다.
같은 날 소녀시대 유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 김밥 가게에 김밥을 선결제했다. 유리는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다들 내일 김밥 먹고 배 든든히 해. 안전 조심. 건강 조심, ‘다만세’(다시 만난 세계) 잘 불러봐”라고 전했다. 최근 집회 현장에선 소녀시대의 2007년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가 탄핵을 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전하는 노래로 자주 불렸다.
뉴진스는 김밥 110인분, 음료 250잔, 삼계탕 100그릇, 온반 50그릇, 만둣국 50그릇 등을 선결제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공식 SNS를 통해 “따뜻한 밥 드시라고 준비했다. 함께 뭉쳐서 하고 계신 걸 다 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서 준비했으니까 몸조심하시고 파이팅”이라고 전했다. 뉴진스 측은 버니즈(뉴진스 팬덤)뿐만 아니라 어떤 아티스트 팬이라도 응원봉만 있으면 먹거리를 수령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가수 이승환은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촛불 문화제 무대에 올라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사랑하나요’ ‘덩크슛’ 등을 부르며 집회에 동참했다. ‘덩크슛’을 부를 때는 ‘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이라고 개사해 시민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승환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트라우마를 얘기하고 계시는데 국민들은 계엄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배우 최민식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제25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엄청나게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이런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그 많은 젊은 친구들이 휘두르는 응원봉을 보면서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했다”며 허리 굽혀 인사한 뒤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빵을 준비했다. 서울 여의도 한 베이커리는 이날 SNS를 통해 “오늘 구운 모든 빵을 박찬욱 감독님이 전부 구매했다. 여의도 집회 오신 시민들에게 드린다”고 알렸다. 박 감독은 지난 7일 영화인 및 81개 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은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 성명에 참여했다.
가수 윤종신, 작사가 김이나 등 국내 음악인 762명은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탄핵이 반드시 통과하기를 요구하며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돼 나라가 정상화될 때까지 시민들 속에서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