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윤 대통령 탄핵, 정치 복원의 전기로 삼아야

입력 2024-12-16 00:32

상호 갈등 해결은 정치의 본질 반대 세력 처단은 통치에 불과
계엄 사태, 야당 책임도 있어 실패 유도하는 견제는 곤란해
양보와 승복의 정치력 발휘해 대한민국 도약 계기 만들어야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충격적인 비상계엄 사태가 있은 지 11일 만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더불어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와 정당 활동을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계엄포고령을 발표하고, 더 나아가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려 한 윤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님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직후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며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인 행보는 의회 존중이나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취임 후 2년이 다 돼서야 영수회담이 이루어지는 등 다수당인 야당과의 소통이 부재했고, 김건희특검법을 비롯해 국회가 통과시킨 다수의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남발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하는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우리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다”며 초헌법적 절차와 내용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결국 정치를 포기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치란 무엇인가. 종종 혐오 내지 무관심의 대상으로 치부되지만 정치란 ‘공동체 내에서 권력과 자원을 배분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공동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으로서 어떠한 공동체든 전체의 번영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에 해당한다. 그런데 야당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여당 대표와도 갈등이 있다고 비상계엄을 통해 모든 반대 세력을 처단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생각은 정치를 포기하고 통치만 하겠다는 독재자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3년에 가까운 재임기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각종 언론매체와 지식인들이 협치를 주문했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협치를 할 만한 그릇이 못 됐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윤 대통령은 거악 척결을 내세우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공권력을 휘두르는 데 능했던 특수부 검사였고 타고난 승부사였을 뿐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들을 다스릴 정치지도자감은 아니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이 헌정사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행한 사건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탄핵을 계기로 실종 상태에 있는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 국회가 있다. 여야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고, 때로는 양보하고, 승복하는 등 정치력을 발휘해 실종된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그래야 경제, 외교,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가 후유증을 씻고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질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이상행동까지 감행한 데는 민주당도 책임이 작지 않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견제가 야당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그 견제는 성공한 정부가 되도록 하기 위한 견제여야 하지 실패한 정부가 되도록 유도해 정권을 다시 잡기 위한 견제여서는 안 된다.

아마도 민주당을 비롯한 범 야권은 이번 윤 대통령 탄핵으로 한층 고무된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이 국회와 다수당인 야당으로 옮겨지게 됐기에 지금이 민주당에는 중차대한 위기의 때이기도 하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는 경구는 이젠 윤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이 유념해야 할 말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위증교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했고, 정권을 잡으면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겠다고도 말했다. 여야가 실종된 정치의 복원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국민들은 예리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김주영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