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92주년을 맞은 서울 용산구 만리현성결교회(조준철 목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을 주도하는 이는 4년 전 부임한 조준철(50) 목사다. 지난 12일 교회에서 만난 조 목사는 “말씀에 의지한 성경공부를 통해 성도들을 온전한 크리스천으로 세우고 이웃과 함께하는 선교적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성경공부’ 통한 교회 회복 경험
조 목사는 초등학교 시절 복음을 처음 접하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학생 임원을 도맡을 정도로 착실하게 신앙을 키웠던 그는 기독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1993년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예수님이나 성경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면 안 되고 무조건 믿어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마음 속에 떠오르는 지적인 욕구들을 해결하고 싶어 신학과에 들어갔죠. 신학자가 되려는 생각도 했었는데 점차 영혼 구원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현장 목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99년 서울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고 모교회인 길음성결교회에 이어 종암성결교회 월광성결교회 신촌성결교회 등지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 7년 넘게 있었던 신촌성결교회에서는 당시 담임 이정익 목사로부터 목회의 실제를 배웠다.
“이정익 목사님은 말수가 적지만 말 한마디로 핵심을 찌르는 분이셨어요. 한 목회자가 오랫동안 같은 교회 성도들에게 설교하다 보면 성도로서는 권태가 올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늘 색다른 포인트를 줄 것을 강조하셨죠. 또 신촌성결교회가 대형교회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행정적인 부분을 배울 수 있던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는 이 목사 추천으로 2015년 경기도 수원 영통성결교회 담임으로 부임했다. 부임하고 보니 교회는 지난 10여년 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500여명이던 성도가 60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한동안은 교회보다 나 자신을 위로해야 했을 정도”라며 힘든 시절이었음을 고백한 그는 “교회 재정도 없어서 사역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성경공부뿐이었다”고 돌아봤다.
‘할 수 있는 사역이 없어’ 시작한 성경공부는 교회를 놀랍게 변화시켰다. 성도들 마음에 성경이 들어가자 서로 소통과 교제가 늘어났다. 또 담임목사의 목회관과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한마음으로 교회를 세워갈 수 있었다. 성도들의 영혼이 치유되자 자연스럽게 이웃 나눔 사역이 시작되면서 연탄 기부, 라오스 선교까지 이어졌다. 이후 5년 동안 성도가 200여명으로 늘어났고 예배당 대출 금액도 절반을 갚았다.
홀로 서는 온전한 성도 키울 것
그가 만리현성결교회로 온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 11월이었다. 담임목사 취임감사예배를 드린 다음 날 전면 비대면 예배가 선포됐다. 성도들 얼굴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는데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문고리 심방’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코로나 검사를 하면 저녁쯤 결과가 나옵니다. 음성이 나오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성도들 집을 방문하는 거죠. 마스크와 달력을 선물로 전달하면서 미리 받은 기도 제목으로 문 앞에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열다섯 가정 정도를 방문했는데 기도하면서 각 가정의 형편을 알게 되니 코로나가 끝나고 성도들이 교회에 모였을 때 친근한 느낌이 들더군요.”
엔데믹 이후 교회는 토요 로마서 성경공부, 수요 바이블칼리지 등 말씀으로 성도들을 가르치는 사역을 이어갔다. 가장 방점을 둔 것은 전도였다. 전도 축제를 앞둔 주일 공예배 후 모두 밖으로 나가 노방전도를 했다. 혼자라면 쑥스러울 수 있는 전도도 온 교인이 함께하면 재미있고 힘이 나는 것을 경험했다. 지난해부터는 교회에 발을 딛는 것을 어려워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달빛축제’를 시작했다. 교회 앞마당을 꾸며 주민들을 초청하는 행사다.
“앞마당에 전구도 달고 푸드트럭을 설치해 예쁘게 꾸며서 마치 캠핑하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누구든지 와서 즐길 수 있게 한 거죠. 지난해는 가수 윤형주 장로와 탤런트 진태현 박시은 부부, 올해는 시각장애 찬양팀 에필로그와 유튜버 박위를 초청해 전도 대상자 연령대에 따른 전도 축제도 열었습니다.”
앞으로 그는 성도들이 온전한 신앙인으로 홀로 설 수 있게 자립심을 길러주려고 한다. 그것을 위한 성경공부와 교육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팬데믹을 지나고 보니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성도들이 교회에 오지 못해도 스스로 신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소엔 목회자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언젠가 혼자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오는 거죠. 그럴 때도 굳건한 믿음을 갖는 성도들을 세우고 싶습니다. 또 만리현성결교회가 지역 사회를 품는 선교적 교회가 되어 한국교회 전체가 부흥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