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정치권 등이 국정 운영 개선과 국민 신뢰 회복에 전심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앞에서 휴대전화 등을 통해 탄핵안 표결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가결 발표와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K팝이 여의도에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윤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충남에서 올라온 김모(45)씨는 “드디어 정의가 승리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대통령으로부터 시민이 승리한 것”이라며 “시민이 세운 민주주의를 앞으로도 소중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세화(29)씨는 탄핵안 가결 직후 “속이 너무 시원하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모(46)씨도 “이제 됐다. 집에 간다”며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체포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임새벽(48)씨는 “이 결과는 MZ세대 덕이 크다. 말로 다 못할 기분”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정치권에 탄핵안 가결 이후를 당부하는 시민도 많았다. 임세령(23·여)씨는 “앞으론 거대 양당이 모든 권력을 차지하기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정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번 탄핵이 본보기가 되어 각 당이 당론을 떠나 헌법을 지키는 정치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주최한 탄핵 촉구 집회에는 오후 5시 경찰 비공식 추산 20만명이 참여했다.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여의도공원에 이르는 700m 8차선 도로가 인파로 가득 찼다. 집회 주최 측은 100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일부 MZ세대는 ‘덜 볶은 들기름 해방 전선’ 등의 이색 깃발과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를 찾았다. 가수 아이유 등 연예인과 일반 시민들이 주도한 선결제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커피나 음식을 미리 주문해 놓은 국회 앞 카페나 식당 등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공유됐다. SNS 상에는 많은 인파가 모이는 집회에 대비한 ‘여의도 화장실 지도’나 집회 참여 노하우 등도 퍼졌다.
반면 이날 서울 광화문에 집결한 보수단체는 “대한민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며 향후 헌재나 야당에 대한 투쟁을 예고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탄핵안 가결은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거리에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이 주최한 ‘탄핵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가 열렸다. 경찰 비공식 추산 4만명의 참가자 대부분은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있었고, 군복을 참여한 중·장년층도 눈에 띄었다.
권모(54)씨는 “국민의힘에서 12명이나 탄핵 가결표를 던졌다. 대통령을 지켜야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를 저질렀다”며 “사회주의 체제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어 다음주에도 이 자리에 나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모(60)씨도 “윤 대통령이 제자리로 복귀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렇게 탄핵이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고 했다.
윤예솔 최원준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