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찬성표 204표로 가결됐다. 범야권(192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12명의 찬성표가 나온 것이다. 기권 3명, 무효표 8명까지 합하면 ‘탄핵 부결’ 당론을 따르지 않은 국민의힘 이탈표는 최대 23명으로 추산된다.
당초 지난 7일 1차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찍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여당 의원은 안철수·김예지 의원 2명뿐이었다. 하지만 1차 탄핵안 처리가 불발된 뒤 민심이 급속히 악화한 데다 윤 대통령이 여당이 제안한 조기 퇴진 카드를 거부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7명까지 늘어났다.
기권·무효표 역시 ‘소극적’ 의미의 여당 이탈표로 해석될 수 있다. 통상 본회의에 올라온 의안에 무효표가 8표 나오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론대로 부결을 찍기에는 양심에 걸리지만 자당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선뜻 찬성하기 어려운 의원들이 기권이나 무효가 되도록 표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엄중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한 끝에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하되, 표결에는 참여하기로 했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김상욱 의원은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때 입었던 노란색 점퍼를 입고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안 제안설명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마지막 기회다. 역사의 문을 뛰쳐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 앞에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반역이자, 헌법상 국회의원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있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저는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이라고도 발언했다. 박 원내대표가 “윤석열은 이 내란을 진두지휘한 내란의 우두머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당 의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표결을 거부했던 최경환 전 의원처럼 표결을 거부한 여당 의원은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총 투표수 300표 중 가(可) 204표”라고 개표 결과를 발표하자 야당 의원들 자리에서는 “와아”라는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우 의장은 “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며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본회의 산회 직후 박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투표 결과를 듣자마자 썰물처럼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상욱 의원만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가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전락한 데 대해 저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야당의 폭압적인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 계엄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지도부는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종선 박장군 정우진 송경모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