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세 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지난 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국정운영 마비 상태를 타개하겠다며 던진 극단적 계엄 카드는 역으로 민심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취임 2년 7개월 만에 국가수반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함께 내란죄 피의자로서 눈앞까지 도달한 검·경, 특검의 수사를 마주해야 한다.
국회는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85표, 기권 3표, 무효는 8표였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192명 전원이 찬성한 것으로 가정하면 국민의힘에서는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본회의 시작 전까지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당 의원은 7명이었다. 5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로 찬성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기권·무효표까지 탄핵에 반대하지 않은 ‘소극적 이탈’로 보면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지 않은 의원은 최대 23명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야권 의원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2차 탄핵안은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직후 “국회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는 사실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린다”며 “이번 탄핵안 가결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헌재 심판정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놓고 법리 다툼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7일의 1차 탄핵안 표결은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개표함도 열지 못한 채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2차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투표에는 참석하되 기존의 ‘탄핵 부결’ 당론은 유지키로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의원들의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계속 저지하기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불가피한 비상조치를 했다”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대결을 택한 윤 대통령의 담화, 이에 따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탄핵 찬성으로의 선회 등도 영향을 미쳤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실에 송달되면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됐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 여부를 심리하는 동안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공백을 메우게 됐다. 한 총리는 “국정의 안정적 운영에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계엄 정국’에서 ‘탄핵 정국’으로 국면이 전환됐지만, 정치권 혼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쪼개진 여권은 탄핵안 가결에 따른 책임 공방과 수습 과정에서의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여야 모두 조기 대선 모드로 돌입해 더 극심한 대결의 정치가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 사회 전반도 분열의 늪에서 한동안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현수 정우진 송경모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