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일부 장관들에게 계엄 이후 조치할 지시사항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계엄안 심의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아 대다수의 반대 의견을 듣고도 계엄 선포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회를 향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면 계엄 이후의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줬겠느냐”며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 내용을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지난 3일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해 “저녁 9시쯤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라고 언급하면서 종이 한 장을 줬다. (문서에는) 외교부 장관이 취할 조치 등 몇 가지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외교적 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70년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밝힌 것과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말하면서 ‘이것은 나의 판단으로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위원들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했고, 한 사람씩 연락해서 20~30분 사이에 여러 위원들이 도착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고 만류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릴 수 없다’며 발표하러 나갔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를 마치고 들어가실 때 갑자기 참고하라며 한 장짜리 접은 종이를 줬다”며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유동성 확보 잘하라’는 문장이 기억난다. 그런 내용이 한두 개 정도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긴급 간부회의를 여느라 계엄 해제 뒤에야 내용을 확인했고, 아직도 그 종이를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도 당시 상황에 대해 “모든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총리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느냐’는 질의에 “전혀 알지 못했고 저를 거치지 않았다. 법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평양 침투 무인기’ 관련 제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기헌 의원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것은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소속의 드론봇전투단이란 얘기도 있다”며 “지작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내가 무인기를 보냈다’고 얘기했다는 정황을 여러 곳에서 제보받았다”고 말했다.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아는 바 없다”고 답했고, 지작사 측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또 “HID(국군정보사령부 예하 특수부대)가 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아침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차관은 “투입이 안 된 것까지 확인했다”고 답했다.
김판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