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윤상현 ‘찬반 설전’… 與, 표결 전날까지 ‘탄핵 내전’

입력 2024-12-13 18:43 수정 2024-12-13 18:47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1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을 보수의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국회 본청 앞. 국민의힘 초선 김상욱 의원과 5선 윤상현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의원은 이날 ‘보수의 배신자는 윤석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를 본 윤 의원이 다가가 탄핵 반대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 것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여당의 분열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의원은 “이 나라의 왕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정질서”라며 “저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인데, 제 입장에 (윤 대통령은) 보수의 배신자”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에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지키자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대한민국 체제와 미래와 후손을 지켜야 한다”고 반대론을 폈다.

조기 대선이 여권에 미칠 후폭풍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윤 의원은 “몇 개월 안에 대선이 이뤄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에서는 정권 재창출도 할 수 없다. 윤석열의 주검 위에서 올바르게 설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선배님, 그 부분은 국민의 선택”이라며 “진영 논리보다 중요한 게 헌정질서이고, 누구를 대통령으로 세울지 선택하는 건 국민”이라고 맞섰다.

이처럼 여당은 탄핵안 표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탄핵 내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탄핵 반대론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탄핵 찬성은 배신”이라는 논리를 댔다. 5선 김기현 의원은 “(여당으로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배신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여당 내 소장파는 성난 민심을 지렛대 삼아 탄핵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시위 중 기자들에게 “지금은 당론보다 중요한 게 국민과 국가”라며 “당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이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당원들의 탄핵 트라우마와 국민들의 계엄 트라우마 중에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탄핵 저지의 둑이 무너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 대표가 전날 ‘탄핵 찬성’을 공개 선언하면서 친한계의 대거 이탈 가능성이 커졌고, 윤 대통령이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담화를 내면서 탄핵 반대의 명분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제는 탄핵 찬반이 문제라기보다는 탄핵 이후 당 수습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의 싸움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