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명단에 현직판사 이름”… 대법 “사실땐 사법권 중대침해”

입력 2024-12-13 18:40 수정 2024-12-13 21:37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조 청장은 헌정 사상 처음 현직 신분으로 긴급체포됐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체포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가 포함돼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계엄 당일 상황에 대한 핵심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망도 좁혀지고 있다.

조 청장의 법률대리인인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계엄이 선포된 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조 청장에게 정치인 등 15명에 대한 위치정보를 실시간 확인해 달라고 지시했다”면서 “여 사령관이 15명 명단을 불러줬는데 한 명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였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판사는 김동현 부장판사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을 맡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재판도 맡고 있다.

현직 판사가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대법원은 반발했다. 대법원은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라며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조 청장 조사 과정에서 그 내용에 대한 진술은 없었다. 판사 이름이 나왔다는 것은 명확히 오보”라고 밝혔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최근 최근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을 조사하면서 “계엄 선포 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두 차례 868부대를 국회로 이동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모두 거절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연락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국수본이 방첩사 요청에 따라 강력계 형사들로 구성된 ‘요인 체포조’를 지원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전날 윤승영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과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강상문 영등포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라 주장하며 수사하고 재판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란행위”라며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한 통치권한으로, 김 전 장관은 정당한 계엄 사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한웅희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