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변에 “온 국민이 방송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군이 들어가서 사람을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할 의도나 시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향후 수사나 헌법재판 과정에서 적극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 끌어내기 등 국회 무력화 시도는 윤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여부,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군·경의 국회의원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된 이후에도 “국회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지 말고 들여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변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국회에 군을 투입하긴 했으나 해제 요구 의결 과정은 보장했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29분간의 담화에서도 국회를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계엄 선포 이후 군 병력 투입까지 1시간여 차이를 둔 점, 주말이 아닌 평일에 발동한 점, 국회 건물 단전·단수나 방송 송출 제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이다. 다만 이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국회 봉쇄, 정치인 등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비상계엄 사태 연루자들의 증언들과 상충된다. 계엄이 윤 대통령 주장 대로 ‘경고성 조치’에만 머물려 했던 것인지, 계획 실패로 어쩔 수 없이 해제된 것인지는 수사 등을 통해 명확히 밝혀져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본인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핵심판이 열릴 경우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나가 신문에 응하거나, 피청구인 답변서를 직접 작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하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뒤 국회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사의 표명 공직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 인사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2선 후퇴’ 선언을 번복하고 직무 수행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 소추 결정이 나기 전에는 엄연히 법률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