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1조원의 사나이

입력 2024-12-14 00:40

일본의 야구 영웅 오타니 쇼헤이(30)는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당시 환율 약 92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총액과 1년 평균 모두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향후 10년간 깨지지 않을 초대형 계약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 기록은 1년 만에 깨졌다. 오타니를 넘어선 주인공은 후안 소토(26)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소토는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15년 7억6500만 달러(1조950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최대 8억 달러(1조1487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총액 가운데 97%를 10년 뒤에 받기로 하는 지급 유예 계약을 맺은 오타니와 달리 소토는 유예 금액이 없어 연평균 5100만 달러(730억원)를 향후 15년 동안 받게 된다. 1년 평균으로 따지면 오타니가 7000만 달러로 소토(5100만 달러)를 제치고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선수는 14년간 총액 302억원의 최정(SSG)이다.

소토는 올해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타율 0.288, 109타점, 41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록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15년 동안 1타점당 46만7890달러(7억7000만원), 안타 1개당 30만7229달러(4억4000만원)를 받는 셈이다. 한 경기당 31만4815달러(4억5000만원), 한 번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4만6322달러(6600만원)가 통장으로 들어온다. 연봉을 2년 정도 모으면 KBO리그 구단도 인수할 수 있다. 소토의 계약이 거의 모든 측면에서 다른 계약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조원의 사나이’를 만든 소토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돈방석에 앉게 됐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통하는 보라스는 통상적으로 그의 고객이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을 시 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3825만 달러(546억원)를 수수료로 챙기는 셈이다. 가히 ‘머니 전쟁’이다.

김준동 논설위원